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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진 Oct 14. 2024

뮌헨에 가면 맥주를 먹어야 한다 - 호프브로이하우스

평소에 술을 즐겨먹지 않아(보통 1년에 5번 정도 먹는 것 같다.) 당연히 맥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하

지만 독일맥주는 다른 맥주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와서 이번 독일 여행에서 맥주를 꼭 먹어봐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피곤한 몸은 잘 버텨주었고,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술 문화(?)와 조금 더 친해지기로 했다.


뮌헨 중앙역 근처에서 마리엔 광장으로 걸어가다보니 큰 맥주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은 호프브로이하우스. 일년 내내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하다. 알고보니 이 호프브로이하우스. 뮌헨을 대표하는 맥주집 중 하나라고 한다. 대형 홀은 2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크기를 자랑하고 구글의 관심장소로도 어마어마한 별이 달려있다. 뮌헨 정보를 수집할 때도 이 곳은 꼭 들러야 하는 장소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바이에른 맥주와 소시지, 프리첼, 슈바인스학세 등 맛있는 독일음식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지만 나는 이미 저녁식사를 하고 온 후라서 맥주만 먹어보기로 했다. 1L를 주문하면 반 이상은 남길 것이 분명해서 0.5L를 주문했다. 가격은 5.4유로. 자 드디어 그 유명한 독일맥주를 먹어볼 시간이다. 떨리는 손으로 맥주잔을 들고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을텐데.. 즐겨. 여기는 뮌헨이다! 순식간에 맥주양이 줄어들었다. 분위기 탓도 있었을까. 해가 지기 직전인 이른 저녁 시간의 타국에서 혼자 즐기는 일명 ‘혼술’의 낭만도 있었던 것 같다. 옆 테이블의 모르는 사람들과도 금방 친구가 되는, 여행을 하며 제일 벅차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는 낭만.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아주 오래 전 모차르트 부부도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도 어쩌면 호프브로이하우스의 맥주를 즐기며 곡을 쓰진 않았을까


/


그리고 다음 날 저녁은 독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독일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저녁이었다. 마리엔 광장과 신 시청사 근처를 지나다니다 초코맛 젤라또를 구입하고 카를광장(Karlsplatz Square)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독일 사람들보다도 다른 나라에서 여행 온 여행객들로 더 붐비는 시간이었다. 여행객들

모두 다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하고 있었지만 내 귀로 들리는 그들의 대화는 마치 완성된 악보의 한 선율처럼

연주되는 것 같았다.


파란색이던 하늘은 주황빛으로 점점 물들어갔고 이는 한국에선 보지 못한 또다른 느낌의 주황하늘이었다. 아름다웠다. 주황노을을 바라보는 그 때의 그 사람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행복해 보였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가끔은 절대적이지만 또 가끔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가족들도 보고 싶었지만 혼자 즐기고 여행 중인 나 자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황홀감에 갑작스런 눈물이 흘렀다. 20대부터 늘 동경해오던 유럽을, 꾸준하게 어쩌면 꽤 오랜 기간 여행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늘 혼자 하던 여행만 고집하던 나였는데 다음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 더 낭만적인 것 같은...)


마지막으로 들른 중앙역 근처의 피자집. 작은 맥주 한 병과 피자를 주문했다. 어여쁜 종업원이 다가와 나에게친절하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니? 혼자 여행하는 중이니? 어떤 음식을 좋아하니? 등의 질문을 나에게 끊임없이 쏟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뮌헨에서의 여행은 어땠니? 너의 삶에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것 같니?” 라고 물었다. 마지막 질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며칠간 머물렀던 뮌헨에서의 여정을 말해주며 정말 행복하고 잊지 못할 순간일거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 곳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원동력 삼아 한국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라고 답하며 여실히 내 감정을 그녀에게 표현했다.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독일이라는 나라

를 좋게 봐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뮌헨 마지막 밤에 그녀와 나눈 대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

고 그녀는 아직 그 피자집에서 꾸미지 않은 미소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만날 날을 진심으로 고대하며.


안녕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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