퓌센은 독일의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다. 퓌센을 가려면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하루를 온전히 퓌센에 투
자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일주일 전쯤 미리 DB어플로 왕복 기차티켓을 예매해 놓았다. 퓌센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므로 변덕스러운 유럽 날씨를 미리 서치한 후 기차 티켓을 예매하는 것이 좋다.
기차를 타고 두시간 정도 달리면 루트비히 2세의 은신처 퓌센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은은한 동
화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 얼른 마리엔 다리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고싶었다. 편하게 가려면 마차나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나는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성의 내부를 관람하는 것보단 바깥의 마리엔 다리에서 성을 관람하는 것이 더 낭만적일 것 같아 밖에서만 성을 실컷 보고가기로 했다. 마리엔 다리까지 올라가려면 족히 35-40분정도는 걸어야 한다. 나는 제법 걸음걸이가 빠른 편이라 이 정도였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올라간다면 한 시간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흘리는 땀을 닦으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마리엔 다리에 도착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가장 근사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래되 보이는 계곡에 위태위태하게 걸려있는 작은 다리는 굉장히 부실해보였고 빠른 시간 내에 보수공사가 필요해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 또한 너무 무서웠다.) 튼튼해 보이는 철제 다리였지만 보이는 시각엔 매우 아찔하게 걸려있는 것 같았다. 보기엔 무서워 보이지만 다리로 갈 수 있는 인원은 정해져 있고 관리자가 앞에서 인원을 철저히 체크하고 통제하므로 안전은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찔하게 무서운 감정은 찰나 ‘아름답다’라는 말로 표현을 바꿔본다. 성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루트비히2
세는 130여 년 후에 이 아름다운 성이 세상 각 국 여행객들의 눈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생각이나 했을까. 디즈니의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장엄함으로 여행객들을 매료시켰다. 성 아래로 흐르는 깎아놓은 듯한 계곡과 호수 또한 절경이다.
처음에 기차표를 예매할 땐 흐린 날을 피해 퓌센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급급했지만 막상 퓌센에 도착해보니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도 그 나름의 운치가 있을 것 같아 다음엔 되려 날이 좋지 않은 날을 골라 퓌센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날씨가 무슨 소용일까. 다른 말은 다 필요치 않고 퓌센은 그저 너무 사랑스러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