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무사히 넘어왔다. 원래대로라면 중간에 여권 검사도 해야 할 텐데 국가에서 국가를 넘어가는 중요한 프로세스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여권검사를 하지 않았다.
내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머물 곳은 중앙역 근처 이비스호텔이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에서도 중앙역 근처의 호텔을 고집했다. 이비스 호텔은 중앙역에서도보로 2분거리임에도 호텔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길을 찾아내지 못했었다. 무거운 캐리어를끌고 더운 볕을 쬐며 길을 돌아돌아 지친 기색으로 호텔에 도착하였지만 유럽의 여느 사람들처럼 친절한 호텔 직원의 푸근함에 힘들고 지친 마음은 금새 녹아 없어져 버렸다. 내가 묵을 방은 혼자 자기엔 조금 큰 방이었지만, 반대편 빌딩 사이로 펼쳐진 하늘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높은 빌딩만큼 행복감이 상승했다.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제일먼저 Stephansplatz역으로 향했다. 비엔나 중앙역에서 U라인을 타고 몇 정거
정만 가면 쉽게 Stephansplatz역에 도착한다. 역에서내리자마자 나의 눈에 비춰진 건물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슈테판 대성당 이었다. 실제로 나는 천주교 신자이기도해서 유럽에서 성당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크다. 슈테판 대성당은 12세기 때 지어진 오래된 성당이다. 슈테판 대성당은 고딕양식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압도적이었다. 또한 높게 솟아 있는 첨탑은 금방이라도 청록색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았다. 멋있고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그런 큰 느낌의 건축물이었다. 슈테판 대성당은 지어질 당시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지만, 몇 십 년이 지나고 고딕양식으로 재건축 되었다고 한다. 성당 내부 지하에는 오스트리아 대주교의 무덤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내장을 보관해 놓은 항아리, 그리고 흑사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대성당 외관과 내부를 모두 살펴본 후 성당 근처에 크게 펼쳐져 있는 예쁜 카페들과 맥주집 등 여러 상점들
을 돌아다니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해가 모습을 감추고 저녁이 될 무렵 성당이 바로 보이는 앞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춥지 않은 날씨였지만 따뜻한 라떼를 주문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여행을 다니며 늘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는 (특히) 서양 사람들은 늘 밝고 활기차며 매사에 큰 불만이 없다는 것이다. 역시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웃고 있었다.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밝은 에너지를 얻고 나니 혼자 여행하고 있는 지금의 나도 과거보다 더 밝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발자국 바로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슈테판 대성당 또한 저녁이 되니 더욱 밝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