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23화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엄마의 발소리


저녁이 가까워지면 마루 끝 바닥이 따뜻해졌다. 하루 종일 햇볕을 품고 있었던 마루는 몸을 눕히기에 딱 좋았다. 나는 목침을 베고 하늘을 봤다. 구름이 한가롭게 흘러가고, 멀리 들녘 끝에서는 논물 흐르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바람은 생각보다 선선했고, 그 바람에 볏잎이 흔들릴 때마다 작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 마치 누군가가 귓가에 말을 건네는 것처럼. 나는 그 고요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며 누워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엄마의 발소리.

고무신이 흙바닥을 살짝 끌며 걷는 소리, 발 뒤꿈치가 살짝 떨어지며 내는 리듬, 어쩐지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그 발소리.


나는 마루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그 발소리만으로도 엄마인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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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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