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18화 처음 만든 샌드위치와 포도주스

18화. 처음 만든 샌드위치와 포도 주스

학교 실습 시간이었다.

각자 집에서 몇 가지씩 재료나 도구를 챙겨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아침부터 신이 났다.

학교 뒤뜰,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은 마당에

우리는 책상과 석유난로를 옮겨 야외 부엌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석유난로를,

누군가는 도마나 양푼을,

나는 조심스레 프라이팬을 가져갔다.


그날 우리 학년은

샌드위치와 포도 주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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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처음으로

‘샌드위치’라는 음식을 알았던 것 같다.

두 장의 빵 사이에 무언가를 넣고

눌러 자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멋져 보였다.


포도 주스를 만드는 것도 그랬다.

단지 포도를 끓였을 뿐인데

그 향긋함과 색이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학교에서 나눠 먹은

한 조각의 샌드위치와

한 컵의 포도 주스.

그 맛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그날 이후,

나는 일요일마다 마당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왜 굳이 부엌이 아닌

마당에서 했는지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샌드위치는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해봤으니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그때의 뿌듯함이

어린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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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도 없는 시절,

집에 있던 과일 중 가장 흔한 건 포도였다.

나는 그것을 끓여

딸기잼 흉내를 내보기도 했고

설탕을 넣고 졸이다 보면

주스처럼 되기도 했다.


어떨 땐 실패했고,

어떨 땐 기특하게 맛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

실패도 아쉬움보다는

자랑거리처럼 느껴졌다.


그 무렵 나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단

책을 읽거나 마당에서 뭔가를 만들어보는 데

더 재미를 느꼈다.


조용히 요리하고

살짝 누군가가 알아봐 주는 그 시간이

그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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