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공연이 지나간 자리, 나의 마음은
35화. 공연이 지나간 자리, 나의 마음은
이선희 언니의 공연이 끝난 후
한동안은 뭐든 선명하게 느껴졌다.
귓가에 맴도는 노랫말 하나,
공연장의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던 언니의 눈빛,
친구들과 손잡고 나왔던 콘서트홀의 계단…
그날 이후 며칠 동안은
학교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펴면
자꾸만 공연 장면이 떠올랐고,
문득문득, 마음이 묘하게 간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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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일기장을 폈다.
“2025년 10월 어느 날,
서울의 밤은 낯설지 않았고,
내 마음은 공연장에 두고 온 것 같았다.”
글자를 쓰다 말고
괜히 얼굴이 붉어졌고,
책상에 팔을 얹고 엎드려 버렸다.
‘이게 사춘기인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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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내 몸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가슴이 약간씩 불편해졌고,
몸이 붓는 날엔 괜히 울컥했다.
하영이와 윤하도 비슷한 시기였는지
요즘 가끔 “가슴이 찌릿해”
“울고 싶을 때가 있어”
같은 얘기를 하곤 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말하지 않아도 아는 감정들이 생겼다.
웃고 떠들던 사이에도
때로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봐주는 친구,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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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여전히 이모 식당에 계셨고
아빠는 늘 새벽같이 출근하셨다.
동생들은 학교에서 각자 적응하느라 분주했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 땐
자주 카세트를 틀었다.
구창모, 변진섭, 이문세, 이선희…
노래들은 내 하루를 채워주는 친구 같았다.
가끔은
노랫말을 따라 적으며,
그 속에 나를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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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어른이 되는 중일까?”
그 질문이
가슴 깊은 곳에서 자꾸만 올라왔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고,
마음에 드는 펜 하나에 설레고,
친구와 다툰 날은 밤새 이불속에서 고민하는 일,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나는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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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바라보던 날,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공연 너무 좋았어요.
엄마도 언젠가 같이 가면 좋겠어요.
서울에서의 나는…
잘 지내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아주 외로운 것 같기도 해요.”
글씨가 삐뚤빼뚤했지만
진심은 고스란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