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무언가를 향해
제64화. 무언가를 향해
어느 날부터인가,
하영이는 말수가 부쩍 줄었다.
예전엔 작은 일도 재잘재잘 얘기하던 아이였는데,
요즘엔 쉬는 시간에도 혼자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문제집을 푼다.
윤하는 요즘 학교에 거의 오지 않았다.
오더라도 교무실 들렀다 바로 나가곤 했다.
연습실과 스케줄이 많아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은 우리가 벌써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둘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런 나를 알아챈 건, 하영이었다.
어느 날, 자율학습이 끝난 후,
우린 교실 뒤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
그때 조심스레 물었다.
“하영아… 요즘 무슨 고민 있어? 왜 말이 없지…?”
하영이는 잠시 창밖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영아… 나, 외고 준비해.”
“… 정말?”
“응. 부모님이랑도 오래 얘기했어.
영어과 들어가서 유학 준비도 하고 싶고… 난 확실히 이 길이 맞는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이 좀 먹먹했다.
하영이는 점점 나보다 멀리, 높이 가는 것 같았다.
이해하려고 했지만… 외로웠다.
“근데 왜 말 안 했어?”
내가 묻자, 하영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너한텐… 말하면 괜히 부담 줄까 봐.
윤하도 꿈 향해 달리잖아.
넌 너대로 글 쓰는 거 계속하고 있고.
근데 나는… 나만 너무 평범하게 사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래서 조금 더 빨리 뛰기로 했어.”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냥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우리 셋이 함께하던 시절이 점점 조용히 흩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
며칠 후, 윤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습 끝나고 네네 둘 볼 수 있을까?”
우리는 학교 뒤편 작은 분식집에서 만났다.
윤하는 조금 마른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더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 바쁘다. 솔직히 좀 지치기도 해.”
그러면서도
“그래도 나 이거 진짜 좋아해. 무대 설 때마다 숨 쉬는 것 같아.”
우리는 그날 늦도록 얘기를 나눴다.
하영이는 외고 모의고사 준비,
윤하는 소속사 오디션과 데뷔 준비,
나는… 아직도 작고 느린 걸음을 걸으며 글을 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밤은 오랜만에 서로의 온기를 느낀 시간이었다.
우리 셋,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선 아직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그 시절 가장 소중했던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