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수학여행 이후의 우리
제68화. 수학여행 이후의 우리
수학여행이 끝난 지 며칠,
학교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펼쳐진 수학 문제집,
복도에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친구들의 일상적인 수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조금 자란 것 같은 느낌.
그건 키가 크거나 공부가 늘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생긴 변화였다.
하영이도 그랬다.
예전처럼 수다스럽게 내게 말을 걸긴 했지만,
가끔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그 눈빛엔 말로는 표현 못 할
어떤 고민 같은 게 살짝 묻어 있었다.
"하영아, 요즘 무슨 생각해?"
나는 쉬는 시간,
하영이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응?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은 대체로
‘많은 생각이 있다’는 뜻이라는 걸 난 알았다.
예전 같으면 사소한 걱정 하나까지도
우리는 밤늦게까지 수다 떨며 나눴는데
이젠 서로의 속마음을
한 번쯤은 망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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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마지막 밤,
구들장 이불 위에서 나눈 그 깊은 이야기 이후로
우린 더 가까워진 듯했지만
동시에, 아주 살짝 조심스러워졌다.
나는 하영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걸까?
아니면,
나 자신이 조금 달라진 걸까?
책상에 엎드려 책을 읽을 때도,
복도를 걷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마음 어딘가엔 항상 하영이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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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는 여전히 레슨으로 바빴고,
학교엔 가끔 들러 우리를 툭 건드리듯 웃다가
휙 나가버렸다.
그 자유로운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너랑 하영이… 사이 뭔가 묘하다?"
윤하가 어느 날 불쑥 말했다.
"에이, 뭔 소리야."
나는 손을 휘젓고 웃었지만
윤하의 눈빛은 진지했다.
"아냐.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너도… 좀 변했어."
나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내가 변한 걸 느끼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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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이와 나는 여전히 함께 자율학습을 했고
도서관 책장 사이에서 책을 고르고,
쉬는 시간엔 창문에 기대어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엔
그 작은 틈새에서 어른이 되는 예감이 들었다.
예전처럼 마음 놓고 장난만 치던 시절은
조금씩 저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며
하영이가 조용히 말했다.
"선영아, 우리 고등학교 가도…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대답 대신,
책장 사이로 스며든 햇살을 가만히 바라봤다.
"응. 그럴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서로 솔직하다면, 변하지 않을 거야."
그 말은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
수학여행은 끝났지만
그 여행이 남긴 흔적은
우리 마음속에서 아직도 자라고 있었다.
하영이와 나는 조금씩 자랐다.
어른의 문턱 앞에 선 채로
서툴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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