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98화. 아빠와의 겨울 귀가길
아빠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더디고,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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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아빠는
동네가 떠나가라 노래도 부르고
갑자기 소리도 지르신다.
그 밤이 되면
아빠의 마음속 용기도 같이 깨어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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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여
아빠가 넘어지실까
등을 밀어드리고
팔짱을 끼며 걷는다.
아빠는 휘청휘청,
나는 꿋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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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다가
아빠는 또 걸음을 멈추신다.
그리고 서러운 옛 이야기를 꺼내신다.
"그땐 말이다…
아무도 없었어…
나 혼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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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마음에
아빠의 말뜻을 다 알진 못했지만
그 외로움만큼은 알 것 같았다.
춥고 깜깜한 밤,
서러움에 떨고 있는 사람은
아빠만이 아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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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 가요…
엄마가 기다리셔…
춥잖아요."
나는 달래고 또 달랜다.
그렇게 아빠의 걸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집으로 옮겨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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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의 길은
너무나 길었지만
아빠의 등을 밀며 걷는 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그 밤,
나는 가장 어린 보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