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금가락지의 빛

《궁전 너머 저쪽》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제24화. 금가락지의 빛

금가락지를 끼운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손끝이 낯설 정도로
가락지는 내 피부에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묵직한 체온을 남겼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덧
병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

엄마는
희미한 숨을 몰아쉬며
흰 시트 위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을 꼭 쥐고만 있었던 기억.

“미순아…”
그때,
엄마가 아주 작게 불렀다.

나는
울먹이며 고개를 들었다.

“… 엄마?”

“미안해…
그렇게…
혼자… 키워서…”

엄마의 목소리는
눈물보다 가늘었다.

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
그땐 몰랐다.


---

그 기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 어딘가에서
접혀 있었던 장면이었다.

왜 그 말을
그렇게 오랫동안 꺼내지 않았을까?

왜 그 마지막 순간을
내 안에서 지워버리려 했을까?

아마도
그 말이 너무 슬펐기 때문에.

그리고
그 슬픔이
내가 살아가는 데
짐이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

하지만 지금,
그 말은
금가락지처럼
내 손가락에 고요히 걸려 있었다.

“미안해.”

그 말은
엄마가 나에게 남긴
사죄이면서,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어린 딸이 아니었다.


---

내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건넸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났다.

“괜찮아… 엄마, 괜찮아.”

그 말 안에
사실은 수천 번의
미안함과 사랑과,
포기와 소망이 숨어 있었겠지.


---

나는
금가락지를 끼운 손을
가슴 위에 얹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그땐…
나도 괜찮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견뎌낼 수 있어.”

“그러니까…
이제 놓아줘도 돼.
엄마도.”


---

문득,
방 안이 조금 환해졌다.
달빛도 아니고
전등도 아니고,

무언가 따뜻한 기억이
형태를 가진 듯한,
금빛의 희미한 물결.

아마도
그건
내가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열리는 빛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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