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28화. 걷는 사람, 나
눈을 떴다.
세상은 고요했고
천천히 아침이 오고 있었다.
창밖은
잿빛이었지만
어디선가
매미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가 아닌
내 방 침대 위에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금가락지가 아직도
단단히 끼워져 있었다.
꿈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다녀온 걸까.
---
부엌으로 나가
물을 한 잔 마셨다.
그 순간
무언가 마음속 깊이서
조용히 올라왔다.
다녀왔다.
나는 다녀왔다.
그곳에서, 그 사람들을 만났다.
엄마도,
아빠도,
미경 언니도,
외할머니도.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이
이제 내 삶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다는 걸
나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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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숨이 편해졌고,
매일 아침이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것들이었구나.
이제는
잡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들도 내 안에서
함께 살아갈 거라고,
나는
내 마음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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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책상 서랍을 열다가
어릴 때 쓰던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 “나는 나중에
엄마처럼 따뜻한 사람이 될 거다.”
나는
웃었다.
지금의 나는,
그 아이가 소원했던 사람에
조금은 닿아 있는 것 같았다.
---
오랜만에
엄마 사진 앞에 앉았다.
“엄마, 나…
많이 울었어.
근데 이제
그만 울어도 될 것 같아.”
“… 괜찮아.
다 괜찮아졌어.”
그 말은
엄마가 내게 해주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내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삶을 걷기 시작했다.
---
조금씩,
내가 걷는 길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사랑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기억은 아프지만,
기억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는 걸.
그리고
나는,
걷는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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