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제목: 「혼자라는 자리, 그리고 버겁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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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말하자면
전쟁이야.
근데 혼자 싸우는 전쟁이지.
가게 문을 열고 나서 처음 몇 달,
내 하루는 기상부터 취침까지
“사장님”이자 “직원”이자 “청소 담당”이자
“물류팀장” 그리고 “마케팅 전략기획실장”이었다.
새벽엔 시장 가서 물건 떼고,
오전엔 가게 청소하고 진열하고,
낮에는 손님 응대하고,
밤엔 매출 정리하면서
‘오늘 왜 안 팔렸나’ 원인 분석에 들어간다.
하루를 돌아보면 팔은 뻐근하고,
다리는 두 다리 아닌 여섯 다리 쓴 것처럼 후들거렸다.
하루 매출이 좋으면 컵라면도 맛있었고,
매출이 시원치 않으면 라면 물 붓는 것도 서글펐다.
그렇게 ‘매출’이라는 단어에 감정기복을 맡기며 살았다.
진짜 장사란,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셀프 승차하는 거더라고.
물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너는 사장님이잖아~”
그럴 땐 나도 웃는다.
맞아, 사장이지.
청소도 내가 하고, 벌금도 내가 내고, 월세도 내가 내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1인 다역 슈퍼 사장.
가게에 혼자 있다 보면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하루를 끝낼 때가 있다.
그럴 땐 매장 CCTV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고객님, 이 귀걸이 진짜 잘 어울려요!”
(물론 고객은 없다)
점점 내가 이상해지는 느낌이 들 무렵,
결심했다.
“그래, 사람을 써보자.
혼자 다 하다간 진짜 귀걸이가 아니라 내가 망가지겠다.”
그렇게 해서 고향 친구를 불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어릴 때부터 같이 논 그 친구.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하던 말을 떠올리고
전화를 걸었다.
“야, 서울 올래? 같이 장사하자.”
며칠 뒤, 진짜로 올라왔다.
짐 두어 개와 부푼 기대를 안고.
하지만… 역시 사람은
내 마음 같지가 않더라.
처음엔 열심히 도와줬다.
계산도 거들고, 물건도 같이 떼러 다니고.
그러다 며칠 지나자 슬슬 일이 줄었다.
가게에 늦게 나오기도 하고,
핸드폰 보다가 손님을 놓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사에 애정이 없다는 게 보였다.
“야, 네가 좀 웃어야 손님이 오지.
넌 왜 물건보다 표정이 더 무서워?”
그 말에 친구는 삐쳤고,
며칠 후 “고향 내려가야겠다”라고 짐을 쌌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다시 혼자가 됐구나’
하는 허무함이 컸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
팔지 않으면 쌓이는 재고,
그리고 내 안에 도사린 고집.
“이 자리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
그 고집 하나로
하루에도 수십 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장사라는 게
딱히 정답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장을 찾는 사람들,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사가는 손님들을 보며
나는 하루를 붙잡았다.
잠도 쪽잠처럼 잤다.
가게 구석에 작은 소파 하나 들여놓고
하루 매출 마감한 뒤
눈 감았다가 새벽에 깨서 물건 재정비하고.
아침엔 피곤해서 머리는 떡지고 눈은 빨갛지만
“손님 오셨습니다~”
웃으며 인사했다.
그게 삶이었고,
또 버티는 방식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웃기기도 했다.
작은 가게 안에서
어떻게든 사람을 불러들이려고
이벤트도 하고, 전단지도 만들고,
그림판으로 포스터 만들어
프린트해서 가게 유리에 붙이고.
거의 뭐 마케팅계의 야생동물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나는 알게 됐다.
혼자라는 건 분명 외롭고 버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있어도
혼자서 해내는 경험은
내 삶을 누구보다 잘 알게 해 줬다.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 시간들,
혼자 바닥 닦으며 울컥한 날들,
그 모두가 결국
나를 지금까지 끌고 온 힘이었다.
언젠가 가게 간판에 불을 켜면서 생각했다.
“그래,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텨보자.
웃을 일은 꼭 온다.”
그리고 그 웃음은,
지금 이 글을 쓰며 떠올리는
그때의 나를 통해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