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가장 이야기

4화

제목: 「혼자라는 자리, 그리고 버겁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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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말하자면

전쟁이야.

근데 혼자 싸우는 전쟁이지.


가게 문을 열고 나서 처음 몇 달,

내 하루는 기상부터 취침까지

“사장님”이자 “직원”이자 “청소 담당”이자

“물류팀장” 그리고 “마케팅 전략기획실장”이었다.


새벽엔 시장 가서 물건 떼고,

오전엔 가게 청소하고 진열하고,

낮에는 손님 응대하고,

밤엔 매출 정리하면서

‘오늘 왜 안 팔렸나’ 원인 분석에 들어간다.

하루를 돌아보면 팔은 뻐근하고,

다리는 두 다리 아닌 여섯 다리 쓴 것처럼 후들거렸다.


하루 매출이 좋으면 컵라면도 맛있었고,

매출이 시원치 않으면 라면 물 붓는 것도 서글펐다.

그렇게 ‘매출’이라는 단어에 감정기복을 맡기며 살았다.

진짜 장사란,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셀프 승차하는 거더라고.


물론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너는 사장님이잖아~”

그럴 땐 나도 웃는다.

맞아, 사장이지.

청소도 내가 하고, 벌금도 내가 내고, 월세도 내가 내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1인 다역 슈퍼 사장.


가게에 혼자 있다 보면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하루를 끝낼 때가 있다.

그럴 땐 매장 CCTV에 대고 혼잣말을 했다.

“고객님, 이 귀걸이 진짜 잘 어울려요!”

(물론 고객은 없다)


점점 내가 이상해지는 느낌이 들 무렵,

결심했다.

“그래, 사람을 써보자.

혼자 다 하다간 진짜 귀걸이가 아니라 내가 망가지겠다.”


그렇게 해서 고향 친구를 불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어릴 때부터 같이 논 그 친구.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하던 말을 떠올리고

전화를 걸었다.

“야, 서울 올래? 같이 장사하자.”


며칠 뒤, 진짜로 올라왔다.

짐 두어 개와 부푼 기대를 안고.


하지만… 역시 사람은

내 마음 같지가 않더라.


처음엔 열심히 도와줬다.

계산도 거들고, 물건도 같이 떼러 다니고.

그러다 며칠 지나자 슬슬 일이 줄었다.

가게에 늦게 나오기도 하고,

핸드폰 보다가 손님을 놓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장사에 애정이 없다는 게 보였다.


“야, 네가 좀 웃어야 손님이 오지.

넌 왜 물건보다 표정이 더 무서워?”


그 말에 친구는 삐쳤고,

며칠 후 “고향 내려가야겠다”라고 짐을 쌌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 다시 혼자가 됐구나’

하는 허무함이 컸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

팔지 않으면 쌓이는 재고,

그리고 내 안에 도사린 고집.

“이 자리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


그 고집 하나로

하루에도 수십 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장사라는 게

딱히 정답이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장을 찾는 사람들,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사가는 손님들을 보며

나는 하루를 붙잡았다.


잠도 쪽잠처럼 잤다.

가게 구석에 작은 소파 하나 들여놓고

하루 매출 마감한 뒤

눈 감았다가 새벽에 깨서 물건 재정비하고.

아침엔 피곤해서 머리는 떡지고 눈은 빨갛지만

“손님 오셨습니다~”

웃으며 인사했다.

그게 삶이었고,

또 버티는 방식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웃기기도 했다.

작은 가게 안에서

어떻게든 사람을 불러들이려고

이벤트도 하고, 전단지도 만들고,

그림판으로 포스터 만들어

프린트해서 가게 유리에 붙이고.

거의 뭐 마케팅계의 야생동물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나는 알게 됐다.


혼자라는 건 분명 외롭고 버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걸.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이상적인 모습일 수는 있어도

혼자서 해내는 경험은

내 삶을 누구보다 잘 알게 해 줬다.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 시간들,

혼자 바닥 닦으며 울컥한 날들,

그 모두가 결국

나를 지금까지 끌고 온 힘이었다.


언젠가 가게 간판에 불을 켜면서 생각했다.

“그래,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텨보자.

웃을 일은 꼭 온다.”


그리고 그 웃음은,

지금 이 글을 쓰며 떠올리는

그때의 나를 통해

조금씩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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