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하나로부터

7화

7화. 사무실 옆 건물의 그 사람

그 사람은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

시간만 나면, 꼭 무슨 일이 있는 듯

슬며시 들렀다.


“이 근처 세무자료 좀 받으러 왔어요.”

“을지로 서류 팩스 좀 쓰려고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곤

그 사람은 내 자리 옆에서 몇 분씩 머물다 갔다.

처음엔 정말 일 때문에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올 때마다

서류는 거의 비어 있었고,

눈빛은 늘 나를 향해 있었다.


사무실 옆 건물에 있던 세무사무소.

그곳 직원이었던 그 사람은

조용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고,

늘 조심스러운 태도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엔 그저 '점잖은 분이구나' 생각했지만

자꾸만 눈이 마주치고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특별한 말은 없었지만

그 사람은 말 대신 ‘행동’으로 다가왔다.

내가 야근을 하던 날이면

편의점 삼각김밥 하나를 조심스레 놓고 갔고,

겨울엔 따뜻한 캔커피를

복사기 옆에 슬며시 올려두었다.

내가 다 읽고 싶어 하던 책을

어디선가 구해와 탁자에 남겨두기도 했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이 방문할 시간 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거울을 한번 더 보게 되고

책상 위를 정리하게 됐다.


어느 날,

그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귤 한 봉지를 내 책상 위에 놓고 갔다.

그날따라 귤껍질을 까는 내 손이

괜히 떨렸다.


그 사람의 고백은

편지도, 꽃도, 이벤트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내 곁을 지켜주는 방식이었다.


그게 참 좋았다.

시끄럽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아서,

그러면서도 따뜻해서.


나는 결국 그 사람이 좋았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던 사람.

바쁘다는 핑계로도,

쑥스럽다는 이유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사람.


그 사람은 내게

‘편안한 다정함’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는지를

가르쳐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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