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6화.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을지로의 제지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
나는 밤새 잠을 설쳤다.
아무리 연습해도 마음에 들지 않던
타자 속도와 전화 응대 멘트를
속으로 수십 번 되뇌다
겨우 해가 밝은 걸 보고야 일어났다.
회사엔 나보다 나이 많은 직원들이 많았다.
모두들 바삐 움직였고,
그 틈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참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조심스러움이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서류를 복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보기 좋게 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상무님이 부르는 소리에
남보다 반 박자 먼저 대답하려 애썼다.
나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은 받고 싶었다.’
누구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복도 화분에 묻은 먼지를 슬쩍 닦았고,
동료가 놓고 간 서류는 말없이 정리해 두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항상 다음 일을 미리 떠올리며 움직였다.
그때 내 마음엔
단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
“쟤, 일 잘한다.”
그 한마디만 들으면
하루의 피로가 다 씻길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날,
회계과 대리님이 내게 말했다.
“선희씨, 일 참 야무지게 하네.”
그 말에 난 고개를 숙이며 웃었지만
사실은 온몸에 따뜻한 불이 켜지는 것 같았다.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전철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은
그 어느 날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구두엔 을지로의 햇살이 닿아 있었고
나는 그 빛을 꽤 오래 바라봤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작지만 잊히지 않는 인정.
그게 나에겐 ‘일 잘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은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줬고,
내 안에 숨어 있던 자존감을
조용히 일으켜 세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