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10화. 마흔, 적응이라는 이름의 숨 고르기
마흔이 되자
내 삶이 어딘가 적응된 것 같았다.
매일이 정신없는 건 여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바쁨에도
작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내 무릎에만 매달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친구가 더 중요했고,
학교생활과 시험,
내가 모르는 대화들이 그들의 일상 속에서 오갔다.
그런 모습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조금 안도하게도 했다.
아이들이 내 품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만큼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시간에 장을 보고 반찬을 더 만들었을 텐데,
이제는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작은 달력이 놓였고
그 옆에 조그만 메모지에는
“내가 뭘 좋아했더라” 같은 글귀를 써두곤 했다.
직장에서도 내 자리는
이제 ‘신입’이 아닌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서류의 흐름을 아는 사람,
말없이 해결해 주는 사람,
가끔 후배들이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 사람.
어쩌면 이 시절이
처음으로
**‘내가 나를 살아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근처 조용한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그럴 때면
문득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보리차를 따라주던 엄마의 손,
타자 연습하며 지새우던 밤,
제지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의 구두.
그 모든 기억이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이라는 걸
조용히 인정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받아들이는
조용한 전환점 같았다.
적응,
그 단어가 주는 안정감이
이제는 고맙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