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12화. 인생의 2막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바라본다
쉰을 넘긴 지금도,
가족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한다.
어릴 적엔 젖 한 모금이,
학생 때는 도시락 하나가,
지금은 말 한마디,
그리고 때로는 그냥 곁에 있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필요한 내 몫이다.
큰아이는 가끔 늦은 밤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묻는다.
“엄마는, 지금 행복해?”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웃으며 대답한다.
“행복하려고 노력 중이지.”
남편과는 요즘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의 삶,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이 손을 놓은 지금,
이제 우리 둘이
서로를 다시 바라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를
하루하루 조심스레 그려본다.
하루는 그가 말했다.
“당신은 늘 뭔가에 쫓기며 살았지.
이제 좀… 당신하고 싶은 거 해봐.”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가끔 글을 쓴다.
이렇게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조용히 한 줄 한 줄 적어 내려간다.
예전엔 하루를 ‘견디는 것’이 전부였다면,
지금은 하루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햇살이 좋은 오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이제는 어엿한 한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까지—
그 모든 시간을 곱씹는다.
인생의 2막.
그건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작고 따뜻한 대화 하나,
나를 위한 사소한 여유 하나에서
조용히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고,
아직도 누군가에게 기대는 중이며,
누군가에게 기대어 주는 사람이고 싶다.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이제 나는,
내 이름으로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