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하나로부터

에필로그

나에게 주는 편지

안녕, 지금의 나.
참 오래 달려왔지?

처음 찻잔 하나를 손에 쥐던 그날부터
이제는 그 찻잔에
자신의 온기를 천천히 따라낼 줄 아는
사람이 되었구나.

너는 늘 조용한 사람이었지.
어릴 적엔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말보다 마음으로 더 많은 것을 느끼는 아이.

그러던 너는
어느새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직장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참 정직하게도 살았더라.

네가 겪어낸 날들 속엔
크게 내세울 영광도,
소리 높여 자랑할 일도 없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참 ‘괜찮게 살아낸 날들’이었다는 걸
이제 너도 알지?

가족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고,
작은 칭찬 하나에 웃음이 나고,
기억에 남지도 않을 사소한 일들에
마음을 다했던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너를 만들었어.

이제는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러니까 남은 시간만큼은
너 자신을 위해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보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느릿한 산책을 즐기고,
가끔은 울어도 괜찮고,
더 자주 웃어도 좋아.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늘 이렇게 말해주자.

“정말 잘 살아왔어.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 편지를
언젠가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
다시 꺼내 읽을 너에게 남긴다.

그때도,
지금처럼 다정하게
스스로를 안아주길 바라.

– 너에게,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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