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손, 맑은 마음》

4화

4화. 서울행 기차, 첫 월급, 그리고 송금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서울로 향했다.
졸업식이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시골 역에서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창문엔 이슬이 맺혀 있었고,
내 가방 안에는 운동화 한 켤레와
삐뚤빼뚤한 주소가 적힌 수첩이 전부였다.

그날 아버지는 역까지 따라오지 않으셨다.
대신 마당 끝에서
낡은 고무신을 신은 채 말없이 손을 들어 보이셨다.
나는 그 손짓 하나로
모든 당부를 들은 것처럼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었다.

서울은… 냄새부터 달랐다.
연탄냄새, 국밥냄새, 사람냄새, 기계기름 냄새.
공장 앞 도로에는 늘 바쁜 사람들,
내가 꿈꾸던 라디오 속 ‘도시’는
반짝임보단 소음으로 가득했다.

처음 일한 곳은 작은 기계 부품 공장이었다.
직원 열다섯 명, 기름에 절은 작업복,
쉼 없이 돌아가는 드릴 소리.
나는 기계 옆에서 금속 찌꺼기를 닦았다.
손은 거칠어지고 손톱 밑은 늘 검었다.
말 한마디 없이 하루가 지나고,
몸은 천근만근인데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월급날, 나는 우체국으로 갔다.
5,000원을 손에 쥐고, 아버지 이름을 적었다.
송금표를 쓰던 내 손이 조금 떨렸다.
글씨는 서툴렀지만 마음만은 또렷했다.
“5,000원 보냄 – 아들 철호.”

우체국을 나와 하늘을 봤다.
회색빛 도시 하늘 위로
어릴 적 내가 바라보던 논 위의 하늘이 겹쳐졌다.
다르지만, 또 어쩌면 같은 하늘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하늘 아래 계실 테니까.

서울살이는 만만하지 않았다.
때론 야근 후 라면 한 봉지로 저녁을 때우기도 했고,
기계에 손이 찧여 병원에 간 적도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고향의 민요가 흘러나오면
나는 기계음보다 그 소리에 더 마음이 갔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왜냐면 내 뒷모습 어딘가에는
고무신을 신은 아버지의 손짓이
늘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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