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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품은 집》
11화. 손끝에서 피어난 공방
내 아내는
예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농사일도 잘하지만,
뭐든 한번 보면 곧 잘 따라 하고
자기만의 멋을 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우리 집 김칫독 덮개를
헝겊으로 직접 만들어 씌웠다.
다들 “어머 이거 어디서 샀대?” 하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마누라 솜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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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게
자잘한 소품들,
장갑, 덧신, 냄비받침, 앞치마…
집안 여기저기에 아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시내에 다녀왔는데,
다들 공방 차리고 자기 일 하는 거 보니까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
사실 처음엔
‘이 시골에 공방?’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을 돌렸다.
아내가 말한 그 눈빛은
내가 사과밭을 처음 가꿨을 때,
내가 산을 타며 버섯을 따던 그 눈빛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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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창고 옆, 도로변 땅에
작은 건물을 하나 지었다.
15평 남짓.
시멘트 바닥에 보일러 한 줄 넣고,
햇살이 잘 드는 창 하나 크게 냈다.
간판도 없다.
그냥 ‘우리 집 공방’이다.
아내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뭔가를 만들었다.
천을 자르고, 꿰매고, 염색하고,
버려질 것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친구들이었고,
그다음은 그 친구의 친구,
그러다가 연풍면 바깥에서도 수강생이 오기 시작했다.
**
이 산끝자락까지
누가 일부러 오랴 싶었는데,
사람들은
조용한 이곳의 공기와
아내의 손끝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서울서 내려와 하룻밤 묵어가며 배우기도 했다.
누군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고 싶다며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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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광경이 참 좋았다.
우리 마을에
이렇게 누군가의 꿈을 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
사과밭은
먹고사는 일이지만,
공방은
‘살아가는 맛’이 났다.
그건 아내의 손끝에서
피어난 향기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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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내게 말했다.
“당신이 사과밭 가꿨듯,
나도 내 손으로 무언가 키워보고 싶었어.
그게 결국 사람과 이어지니까 참 좋아.”
그 말을 듣고
나도 공방 옆방에
작은 회의실 하나 마련했다.
마을 어르신들 모여 앉아 차도 마시고,
청년들과 농사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
결국 아내 덕분에
우리 집은 점점
작은 마을 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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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이란,
사과나무처럼 땅에 뿌리내리고,
산처럼 마음을 쉬게 하며,
그리고
공방처럼 따뜻한 손길 하나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아내의 작은 공방은
오늘도 누군가를 향한
문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