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일기》

6화 소정방폭포에서 만난 바람과 사람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마루 끝 일기》

소정방폭포에서 만난 바람과 사람
2025년 7월 30일 (화) / 제주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잠깐 쉰 뒤,
우린 곧장 소정방 폭포로 향했다.
나는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주차장.

‘여기… 너무 좋다.’

물에 직접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정방폭포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복숭아랑 참외를 챙겨
남편을 먼저 폭포 쪽으로 보낸 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바람도 불고 햇살도 한결 부드러웠다.
우리 부부만 들뜬 게 아니었다.
폭포를 찾은 관광객들,
그리고 옆 커플들도
하루의 무게를 벗어던진 듯
표정이 한결 밝았다.

바람이 불자,
파도도 더 시원하게 밀려오고
폭포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빛나고 있었다.

도착하니 남편은 벌써
온몸을 폭포에 맡기고 있었다.
기분 좋은 물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나도 살짝
발을 담가본다.
한여름의 뜨거움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울 줄 알았던 폭포는
생각보다 따스하게,
딱 좋은 온도로 나를 감싸주었다.
오늘을 보상받는 듯한
그런 온도였다.

관광객들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할 무렵,
눈에 띈 젊은 커플 하나.
아직은 서툴지만 참 좋아 보였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여기,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비밀 폭포 같죠?”

그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의 대화였지만,
그들 마음에도 이 바람이 닿았기를.

우리는 먼저 폭포를 나와
주차장 근처를 산책했다.
차로 향하던 길,
눈에 익은 오토바이 한 대가
우리 차 옆에 주차되어 있었다.
조금 전 그 커플의 오토바이였다.

반가웠다.
그리고 예뻤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이렇게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하루를 따뜻하게 마무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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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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