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끝일기. 제12화

오래된 나의 꿈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2025년 8월 2일 · 토요일

요 며칠 사이, 오래된 나의 꿈이 자꾸 꿈틀댄다.
나는 추리소설을 읽으며 자랐다.
요코미조 세이시, 미야베 미유키, 어거스 크리스티.
그들의 책을 읽을 땐 세상과 단절된 듯 밤새도록 빠져들곤 했다.
한 번 책장을 넘기면, 끝을 보기 전엔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

그 시절부터였을까.
나도 언젠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끄집어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나가 쓰고 있는 일기나 소소한 이야기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보여
그들과 나의 간극이 커 보일 때면,
이 꿈은 너무 사치스러운 게 아닐까… 조용히 접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났다.
뉴스를 들으며 범죄자의 심리를 추측하고,
마치 내가 그 사람을 알고 있던 것처럼 배경을 상상하는 내 자신을 보고
‘이건 그냥 습관이 아니라, 본능이구나’ 느꼈다.
나는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를, 숨기고 있는 어둠을,
그리고 때로는 그 어둠 속의 빛까지도.

어떻게 해야 나도 그들처럼 쓸 수 있을까?
한 계단씩, 묵묵히 올라가야겠지.
누구처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만의 리듬으로.

오늘은 이런 결심을 했다.
내가 쓰는 이 하루하루의 일기 속에서
작은 단서를 찾고, 하나의 장면을 뽑아내
짧은 추리 에피소드로 바꿔보기로.
상상력을 조금만 곁들이면, 현실도 충분히 미스터리가 된다.

이게 바로 내 첫 발자국일지 모른다.
그저 써보는 거다.
지금 이 일기처럼, 나의 마음을 따라,
나만의 방식으로.

언젠가는 내가 쓴 추리소설 한 권이
누군가의 밤을 잠 못 들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걸 꿈꾸며,
오늘 하루의 마지막 문장을 여기에 남긴다.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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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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