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 일기
19화 – 마루 끝 일기: 오늘은 헬스 하는 날
2025년 8월 5일, 화요일.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마음속에 외쳤다.
“제발 오늘은 헬스장에서 뽕을 빼자.”
늘 아침이면 이런 결심을 한다.
이게 몇 달째인지, 아니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운동을 향한 다짐과 회피의 연속이다.
하지만 오늘도 결국… 해는 중천을 넘고도 기울어버렸다.
해가 뉘엿해질 무렵, 겨우 마음을 다잡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약간의 죄책감과 자기 합리화를 번갈아 되뇌며.
"그래도 오늘 간 게 어디야."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당당해진다.
마치 프로 선수라도 된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당당함도 잠시.
나는 헬스장 한편, 실내 골프장 예약 버튼부터 눌렀다.
30분 대기.
“흠, 기다리는 동안 뭐 하지?”
그럴 땐 역시 내 최애 기구, 러닝머신이다.
달리진 않고 걷는다. 아주 천천히.
창밖으로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내 그림자가 운동화 위로 길게 드리워진다.
사실, 운동을 하면서도 늘 궁금하다.
“왜 헬스장 조명은 이렇게 밝은 걸까?”
내 땀, 내 숨소리, 내 늘어진 자세까지 전부 들통나도록 말이다.
오늘은 러닝머신에서 땀 좀 흘려볼까 했지만
곧 핸드폰에 시선이 붙들리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다.
운동하는 나보다,
운동하는 척하며 핸드폰 들여다보는 내가 더 익숙하다.
그래서 오늘은 **‘헐스하는 날’**이라고 정했다.
운동도 헐렁하게, 헬스도 헐떡거리며.
헐스기구 위에 앉아
앱 하나 켜고, 뉴스 하나 보고, 메시지 답장 보내고.
가끔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땀 흘리는 척, 심호흡 몇 번,
그리고 옆자리 사람의 무게를 은근슬쩍 힐끔.
"저 사람 오늘 진심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여전히 느릿느릿 페달을 밟는다.
운동은 항상 거창하게 시작되고
느슨하게 마무리된다.
하지만 나름대로 뿌듯하다.
‘그래도 오늘은 왔잖아.’
그 사실 하나로도 오늘은 꽤 괜찮은 날이 된다.
헬스장에서 나오는 길,
바깥공기가 상쾌하다.
몸이 무거운 건 똑같은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살은 안 빠졌을지 몰라도
게으름을 이긴 나를,
잠깐이지만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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