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ㅡ 겨울의 황금 간식
세상과 나 사이 33화 – 겨울의 황금 간식, 쌀엿
겨울 간식 중 으뜸은, 단연 쌀엿이었다.
그 쫀득하고 투명한 단맛은 혀끝뿐 아니라 마음 깊숙이까지 스며들었다.
쌀엿을 만드는 일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건 우리 가족이 며칠을 걸쳐 전심전력을 다하는 겨울의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엄마는 먼저 식혜를 만드셨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엿기름을 풀어 따뜻하게 둔 후, 커다란 항아리에 가득 담아 놓는다.
그건 우리 가족의 겨울 음료가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동생들이 국자 들고 항아리 뚜껑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입가에 식혜 수염을 묻히고 “이게 제일 맛있어!”라며 말했었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이트는 엿을 고는 날이다.
큰 가마솥에 다시 한번 식혜를 만들어 붓고, 그 위에 장작불을 피우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멈춘 듯한 인내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가마솥 아래 장작불은 하루 종일 꺼지지 않아야 하고, 누군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엄마는 부엌일을 하며 왔다 갔다 하셨고, 아버지는 장작을 패다가 틈틈이 불을 살폈다.
큰언니는 책을 보다가도 장작불을 살피러 나왔고, 나는 자꾸만 냄새에 끌려 솥 주위를 맴돌았다.
엿물이 조금씩 걸쭉해지고, 냄새가 달콤하고 진득하게 변해가는 그 순간들—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작은 국자 하나 들고 가서 살짝 떠먹으면, 아직은 물 같은 식혜 맛이지만 그 안에서 점점 단맛이 농축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엄마, 이제 조금만 더 끓이면 엿 되겠다!”
나는 자주 말했다.
엄마는 그런 내 말에 웃기만 하셨다.
엿은 마음이 급하다고 빨리 나오지 않는다며.
그러다 드디어, 하루 반나절 이상 끓인 엿물이 진짜처럼 끈적이고 맑아지는 순간이 왔다.
엄마는 그 엿물을 커다란 나무틀에 붓고, 서늘한 곳에 둔다.
하루가 지나면 말랑말랑한 덩어리가 되고, 우리는 그걸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곤다’.
잡아당기고, 비틀고, 늘리고, 접고.
그게 엿을 만드는 진짜 마법 같은 순간이다.
“하나만! 딱 하나만 먹어볼게요!”
고는 중에도 우리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끊어내어 입에 넣었다.
처음엔 질기다가도 어느 순간 바삭하게 부러지고, 달콤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 순간의 행복이란…
엿을 다 만든 날이면, 동네 아이들까지 집으로 모여들었다.
엄마는 엿을 길게 잘라 종이에 싸주었고, 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친구들 손에 하나씩 쥐여줬다.
“우리 엄마가 만든 거야.”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어깨가 으쓱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걸로 너희 도시락 반찬도 해줄 수 있어.”
실제로 학교에 갈 때면, 엿을 잘게 잘라 밥 위에 올려 도시락을 싸기도 했다.
춥고 배고픈 점심시간, 엿 한 조각이 주는 위로는 도시락 한 통보다 더 컸다.
긴긴 겨울, 엿 고는 며칠 동안은 나도, 동생들도 밖에 나가 노는 시간이 줄었다.
놀이보다 엿 솥이 더 궁금했고, 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건 단순히 간식이 아니라, 겨울을 함께 나눈 기억이었고, 우리 가족이 하나로 엮이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간혹 쌀엿을 마트에서 보게 되면, 나는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는다.
그 맛이 그 시절 같진 않지만, 혀끝에 닿는 단맛이 엄마의 손길 같고
고요한 겨울 마당의 장작불 냄새 같아서 가슴이 저릿해진다.
겨울은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깊은 기억으로 쌓였다.
쌀엿의 찐득한 끈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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