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6학년의 시작, 현철이와 나
세상과 나 사이 34화 – 6학년의 시작, 현철이와 나
긴 겨울방학, 그리고 짧은 봄방학이 지나고
국민학교 6학년이 시작되었다.
5학년 때 두 반으로 나뉘었던 우리는 다시 6학년이 되어 1반과 2반으로 편성되었다.
나는 2반. 그리고… 현철이도 2반, 같은 반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선영 선생님이 우리의 담임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오셨던 선생님은
예쁘고 단정한 단발머리에 부드러운 말씨, 무엇보다 아이들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분이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5학년 때부터 **"김선영 선생님 반이 되고 싶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갔다.
5학년 1반이었던 현철이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교무실 앞에서 떼를 쓰고 울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선생님 반 아니면 학교 안 나가요!”
그렇게 말하고 울었다는 이야기가 복도에 떠돌았지만,
결국 그의 바람은 통했고, 나도 그 반에 함께 배정되었다.
같은 반이 되었다는 사실은, 처음엔 나에게도 꽤 특별했다.
선생님의 부드러운 눈빛, 노트에 빨갛게 써주시던 “잘했어요”
그 모든 것이 나에겐 세상의 전부 같은 인정이었다.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걸 알아봐 주셨다.
방학 숙제였던 일기를 돌려받을 때
“이 글은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구나.”
라는 글을 읽고 나는 몰래 울었다.
6학년이 되어, 내가 좋아하던 글쓰기를 김선영 선생님도 지켜봐 주신다면
나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기대와 함께 시작한 6학년.
하지만 내 시선은 자꾸 현철이에게 머물렀다.
현철이는 선생님 옆에 앉기라도 한 듯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 근처에 있었다.
칠판을 닦고, 급식 수저를 나르고, 아이들 대신 인사도 크게 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점점 나는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어버렸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었고,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었지만
현철이의 존재는 늘 그 틈을 먼저 비집고 들어왔다.
선생님이 “이건 정말 잘 썼다”라며 누군가의 글을 칭찬하실 때
그 주인공이 현철이일 때면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시렸다.
어느 날 현철이가 내게 말했다.
“야, 우리 반 되니까 좋지?”
나는 “응.” 하고 짧게 대답했다.
“선생님이 제일 좋지 않아?”
나는 그때 느꼈다.
현철이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어른처럼 숨기지 않고, 아이처럼 드러낼 줄 아는 아이였다.
그게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닮았다는 걸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표현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
6학년이 된다는 건,
수학문제가 어려워진다거나, 받아쓰기가 까다로워진다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나이라는 걸
나는 현철이를 보며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해 봄, 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처음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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