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세상과 나 사이

혜영이와의 첫 학기

55화. 세상과 나 사이

소제목: 혜영이와의 첫 학기

필명: 기억을 꿰매는 사람 황미순


혜영이는 영어도 곧잘 했고

수학 문제도 술술 칠판에 적어내려 갔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첫 짝꿍이 너무 똑똑한 거 아닌가…”




괜히 위축되었다.

내가 모르는 걸 혜영이는 잘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나는 좀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도 혜영이는

언제나 내게 잘해줬다.

말투도 조심스럽고

태도도 어른스러웠다.


> “이 아이는 참 바르게 자랐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연하다는 듯

혜영이는 반 반장이 되었다.

그리고 1학기 내내, 내 짝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쉬는 시간에는

선생님 지시 사항을 조용히 따르며

반 친구들을 챙겼다.


나는 그저,

혜영이가 도와달라고 하면

조용히 곁에서 돕는 정도였다.


> 나와 너무 다른 친구.

하지만 그런 혜영이 덕분에

중학교 첫 학기는 한결 안정되게 흘러갔다.




크게 친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좋은 사람을 옆에 둔 든든함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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