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빙수라는 작은 기쁨
마루끝일기 24화
2025년 8월 7일. 팥빙수라는 작은 기쁨
며칠 전 주문했던 팥빙수용 팥과
콩가루가 오늘 도착했다.
생각보다 묵직하게 도착한 박스 안엔
무려 3kg의 팥.
남편이 팥빙수를 야참 삼아 즐겨 먹는 터라
올여름 한 철 잘 먹어보자 싶어 통 크게 주문했다.
받자마자 큼직한 통에 소분해서 담았다.
하나, 둘, 셋… 냉동실에 들어가는 팥 통을 보며
조금 뿌듯했다.
그리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팩우유도
살짝 녹이기 위해 내장실 쪽으로 옮겨 두었다.
곧 있을 ‘빙수 타임’을 준비하는
나만의 의식 같은 시간.
집안일은 대충 손질해 두고,
잠깐의 숨 돌릴 겸
백화점에 들렀다.
필요한 게 있던 건 아니었지만
에어컨이 시원한 공간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느긋하게 걸었다.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온 러닝화 하나.
운동화 밑창을 슬쩍 눌러보니
요즘 내 걸음 수와 발목이 떠올랐다.
“그래, 이건 필요해.”
결심하고 계산을 마쳤다.
그 길로 헬스장에 들렀다.
오늘은 좀 더 많이 걷기로 마음을 먹고,
러닝머신 위에 천천히 몸을 올렸다.
요즘은 나처럼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네 사람들이 많아진 듯하다.
밖은 너무 덥고,
이 공간만큼은 땀 흘려도 개운하니까.
무더위 속 ‘실내 피서지’ 같은 느낌.
집에 돌아와,
냉면 그릇을 꺼냈다.
살짝 녹은 우유를 붓고,
슬라이스 한 복숭아를 바닥에 깔고,
듬뿍 퍼낸 팥을 그 위에 툭툭 얹었다.
그 위에 연유를 가볍게 돌리고,
마지막으로 인절미용 콩고물을 솔솔 뿌렸다.
내 기준엔 완벽한 한 그릇.
여름밤, 부엌에서 조용히 즐기는 나만의 디저트.
남편은 퇴근 후 운동까지 마치고 돌아와
오늘의 빙수를 받아 들었다.
한입 먹더니,
“오, 오늘은 팥이 많이 들어서 더 맛있다!”며 웃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땀이 식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기쁨이
내 손끝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소소한 재료로 만든 한 그릇으로
하루의 피로를 녹일 수 있다는 게
괜히 벅차고, 또 고맙다.
여름이면 팥빙수야 많고 많지만
우리 집 팥빙수는
내가 고른 우유,
내가 소분한 팥,
내가 직접 얹은 복숭아와 연유,
그리고 기분 좋아지는 콩고물까지.
그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우리만의 여름 맛이다.
오늘 하루,
기계치인 내가 기계를 다루느라
좌충우돌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운동하고, 걸으며,
작은 디저트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 한 그릇이
우리 둘 다를 웃게 만들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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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 3kg의 행복, 우리 집 여름이 시작됐다”
“직접 만든 팥빙수, 그 한 그릇이 무더위를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