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여수, 첫 발을 딛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3화. 여수, 첫 발을 딛다

여수에 도착하자 차창 밖으로 바다가 가장 먼저 손을 흔들었다.
빛을 잔뜩 머금은 푸른 물결이 철썩이며 부서지고, 짭조름한 바람이 셋의 얼굴에 동시에 스쳤다. 그 순간, 언니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감탄을 흘렸다.

그는 고향 사람 특유의 편안함을 얼굴에 잔뜩 띠고 있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자마자
“여, 여수 왔으니까 이제부터 내가 다 책임진다 아이가.”
라고 사투리를 잔뜩 섞어 웃어 보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들뜬 숨결이 실려 있었고,
우리는 그 밝은 에너지에 자연스레 이끌렸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지.
두 분, 생선 좋아하제?”
그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언니가 더 신나서 대답했다.

“좋지~ 여수까지 와서 생선을 안 먹으면 섭하다! 미화야, 그치?”

나는 언니의 활기찬 표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언니가 제일 예뻐 보였다.
그가 언니를 쳐다보는 시선에도 은근한 미소가 실려 있었고,
그 분위기는 나를 괜히 안심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그가 안내하는 대로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여수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투박한 간판 아래
정말 진짜 같은 생선 냄새와 바람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사투리를 잔뜩 섞어가며 메뉴를 추천했다.
“이 집은 양념게장 죽이거든예.
그리고 이게 또 회덮밥이… 아이고, 뭐라 설명해야 되노, 끝내줍니다 끝내줘.”

그 말투는 마치 오랜 친구 같았고,
우리 자매는 그의 세계 속으로 조금씩 깊숙이 초대받는 기분이었다.

음식이 나오자 셋의 얼굴에 동시에 감탄이 번졌다.
반짝이는 생선살, 빨갛게 윤기 흐르는 양념게장,
그리고 금방 지은 따뜻한 밥.

우리는 젓가락을 드는 순간부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이야기를 참 잘했다.
어릴 적 여수에서 뛰놀던 이야기,
시장 골목에서 배운 사투리,
바다에서 어른들과 놀다 혼났던 일까지.

특히 언니는 그의 말 한 마디에도 환하게 웃었고,
그는 그 웃음을 또 놓치지 않으려는 듯 더 크게 호응해 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둘만의 대화가 자연스럽고 따뜻해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그의 곁에 서 있는 그림이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식당을 나온 뒤에도 그는 우리를 여기저기 데려갔다.
“여기요, 사진 찍기 좋은 뷰 있어예.”
“이 돌길은 아무나 모르는 길인디, 내가 어릴 때 자주 놀러온 데라.”

그의 말 한마디, 그의 걸음,
그리고 언니의 웃음.

새로운 감정들이 고요하게 내 안에서 일렁였다.

여수의 바람이 불어오는 오후,
우리는 셋이었지만
각자의 마음은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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