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결혼이라는 말


그는
미화가 멀어질까 봐
늘 한 박자 빠르게 다가왔다.

미화가 숨을 고르려 하면
그는 이미
팔을 뻗고 있었고,
미화가 혼자가 되려 하면
그는 먼저
미래를 꺼내 들었다.

사랑을 고백할 때마다
그의 말은
언제나 같은 곳으로 향했다.

“우리, 결혼하자.”

그 말은
로맨틱하기보다
절박하게 들렸다.


---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미화는 웃었다.
농담처럼,
가볍게 흘려보내듯.

“갑자기 무슨 결혼이야.”

그는 웃지 않았다.
눈을 피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아니야.”
“난 오래전부터 생각했어.”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고,
그 확신이
미화를 흔들었다.


---

결혼이라는 단어는
미화에게
기쁨보다
두려움을 먼저 불러왔다.

평생을
혼자로 살아온 시간,
스스로를 지키며 쌓아온 삶,
그 모든 걸
단번에 바꿔야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 말이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붙잡기의 언어처럼 들려서
미화는 숨이 막혔다.

이 사람은
나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떠나는 걸 막기 위해
미래를 앞세우는 걸까.


---

그는
미화의 침묵을
불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더 말했다.
더 약속했다.
더 많은 그림을 그려 보였다.

집 이야기,
노후 이야기,
함께 늙어가는 모습.

“너 혼자 두지 않을게.”
“내가 평생 책임질게.”

그 말들은
위로였고,
동시에
짐처럼 느껴졌다.

미화는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자유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

그날 밤,
전화를 끊고 난 뒤
미화는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결혼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말 속에는
달콤함도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조건과
확인되지 않은 진실이
함께 묻혀 있었다.

미화는 생각했다.

결혼을 말하는 사람이
왜 아직도
하루의 일부만
내게 내어줄까.

그 질문은
너무 날카로워서
애써 덮어두었지만
가슴 한가운데에
선명하게 남았다.


---

그는 다음 날도
같은 말을 했다.

사랑을 말하며
결혼을 꺼냈고,
불안을 말하며
미래를 덧붙였다.

마치
그 말이
미화를 붙들어둘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미화는 알았다.

이 사람은
사랑을 잃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고,
자신은
사랑 속에서
자신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

결혼이라는 말은
다리가 되어야 했지만
지금의 미화에게는
사슬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화는
아직 대답하지 못했다.

사랑은 남아 있었고,
미련은 깊었으며,
그의 두려움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화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 결혼이라는 고백은
시작이 아니라
갈림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갈림길에서
미화는
사랑보다
자기 자신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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