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뢰
받지 않는 전화들은
이제
미화의 일상이 되었다.
놀라지 않으려 해도
진동이 울릴 때마다
미화의 몸은 먼저 반응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고,
숨이 아주 잠깐
걸렸다.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괜히 신경 쓰지 마.”
“다 지나가는 사람들이야.”
그 말은
설명이라기보다
차단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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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는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고,
괜히 말의 끝을 붙잡고,
표정을 읽으려 애썼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신뢰도 깊어져야 하는데
이 관계에서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사랑은 깊어지는데
믿음은
얇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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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지방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 안은 고요했고
라디오 소리만 낮게 흘렀다.
그의 전화기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그가 잠시 망설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미화는 그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미화가 묻기 전에
먼저 말했다.
“지금 받으면
길어져.”
그 말에
미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문장이 울리고 있었다.
길어지는 건
통화일까,
설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