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않는 전화
23화 — 받지 않는 전화
그의 전화기는
자주 울렸다.
미화와 함께 있을 때도,
차 안에서도,
늦은 밤 호텔 방에서도—
화면 위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그는
보지 않은 척했다.
아니, 정확히는
보면서도 받지 않았다.
“안 받아도 돼?”
미화가 조심스럽게 물으면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지금은 너랑 있는 시간이잖아.”
그 말은
다정했지만
어딘가 불완전했다.
---
전화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그리고 또다시.
그는
무음으로 돌리거나
뒤집어 놓았다.
미화는
묻지 않으려 애썼다.
의심은
이 사랑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받지 않는 전화는
받지 않는 이유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
이상한 건
그 전화들이
늘 비슷한 시간대에 왔다는 거였다.
이른 아침,
혹은
미화와 함께 있지 않은 밤.
그리고
지방 일정이 끝나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이면
그 전화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치
어떤 시간표를
서로 알고 있다는 것처럼.
---
미화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전화가 울릴 때
그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굳었고,
손놀림은
조금 빨라졌다.
그건
일에 쫓기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라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
어느 날 밤,
그가 샤워를 하는 사이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엔
연속이었다.
미화는
전화기를 집어 들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
화면을 뒤집어두었다.
하지만
이미
가슴은
알아버렸다.
이 전화들은
우연이 아니구나.
---
그가 나와
미화의 표정을 보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 말했다.
“일 얘기야.”
“나중에 처리하면 돼.”
그의 설명은
언제나 간결했고,
미화는
그 간결함에
점점 숨이 막혔다.
설명하지 않는 게
신뢰라고 믿기엔
받지 않는 전화가
너무 많았다.
---
미화는
그날 밤
잠들지 못했다.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전화 진동이
계속 울렸다.
저 사람들은
나를 알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 오래전부터
그의 삶에 있었던 걸까.
---
미화는
처음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전화기를 열어
이름을 보고,
메시지를 읽고,
진실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 충동은
끝내 실행되지 않았다.
확인은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는 일이라는 걸
미화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날 이후
받지 않는 전화들은
미화에게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는
조용한 경고.
그리고 미화는
느끼고 있었다.
이제
의심은 감정이 아니라
현실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받지 않는 전화는
언젠가
받아야 할 질문으로
바뀔 거라는 걸.
그리고 그 질문은
결혼보다
훨씬 잔인한 방식으로
미화 앞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