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핼러윈
핼러윈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 볼거리와 행사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가장 먼저 동네 쇼핑몰에 핼러윈 장식이 설치되어 오며 가며 볼거리를 제공해주었고, 달러샵부터 마트까지 가득 진열된 핼러윈 상품들을 둘러보며 한두 개씩 사는 재미도 있었다.
맨 처음 핼러윈 코스튬을 선보인 행사는 비버 스카우트 모임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신데렐라 드레스를 입고, 일찌감치 월마트에서 사두었던 고양이 비니와 장갑을 끼고 갔다.
‘고양이 신데렐라’가 된 것인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는.. ㅎㅎ ‘고양이 신데렐라’를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캐내디언들이 볼 때마다 “어머 너 Cinderella Kitty Cat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Cat Cinderella나 Cinderella Cat도 아니고, Kitty Cinderella나 Cinderella Kitty도 아니고, Kitty Cat Cinderella도 아니고.. 만나는 사람 열이면 열 모두 Cinderella Kitty Cat이라고 부른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게 실상에서 배우는 영어구나’ 싶었다.
비버 스카우트 핼러윈 파티에는 모든 아이들이 하나도 겹치지 않고 다양한 코스튬을 입고 등장했다. 울 만수랑 친한 제시카는 꼬마 마녀로 분장했고, 드라큘라 백작도 있고, 까만 천으로 머리부터 다리까지 뒤집어쓴 유령도 있고, 슈퍼마리오, 파워레인저, 미니마우스 등 애니메이션 만화 속 주인공들도 총출동. 게임도 하고 crafts(캐나다 어린이 행사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요소인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저학년 대상으로 유령의 집 행사도 있었다. 입장료 2달러 들려 보냈다. 핼러윈을 앞둔 금요일에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까지 핼러윈 의상을 입고 등교해서 전교생 핼러윈 퍼레이드까지.. 늦게 가서 좋은 구경을 놓쳤는데, 중년의 남자 교장선생님도 재미있는 코스튬을 입고 오셨고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토이스토리의 제시와 싱크로율 100프로였다는..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핼러윈 저녁의 Trick or Treating.. 두둥..
마침 주말이라 토요일 일요일 두 번 다 출장 나가셨다는.. 핼러윈 전날 저녁엔 드라큘라가 된 제규(국제학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친해진 친구)와 그 학교 친구들과 함께 제규네 집에서 가까운 헤이스팅스 거리로 나갔다. 거리 상점들이 사탕을 나눠준다는 소문을 듣고.. 일반 상점들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소방서에서도 다들 분장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기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준다.
얼떨결에 제규네 학교 아이들 틈에 끼어 저녁도 같이 먹고, 홍콩 아이 집에 다 같이 몰려가 그 집 주차장에서 한바탕 불꽃놀이도 하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캐나다에선 핼러윈 때 불꽃놀이를 하는 게 또 풍습이란다. 총 네 집 아이들이 모여, 여러 가지 종류의 불꽃놀이를 해보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추억을 또 하나 쌓았다.
핼러윈 당일 저녁에는 제규와 함께 단독주택이 많은 그 집 동네에서 Trick or treat을 했다. 어찌나 재미있고 엽기적인 핼러윈 장식들을 많이 해놓았는지.. 자기 집 마당에 무덤을 만들어놓고 십자가 꽂고 귀신과 해골로 장식한 집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로 핼러윈 장식을 해놓은 집들을 다녔기에, 집주인들도 다들 기뻐했고, 심지어 아이들보다 더 멋진 코스튬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 주인들도 있었다. 오히려 숨어 있다가 방문한 아이들을 더 놀라게 하며 즐거워하는 집주인도 있었다.
너는 무슨 의상을 입은 거냐고 한 명 한 명 물어보며 아이들 눈높이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집주인도 있었고, 직접 구운 쿠키를 나눠준 아기 엄마도 있었고, 사탕, 초콜릿, 젤리 등을 종류 별로 아기자기하게 핼러윈 봉지에 담아 나눠주신 할머니도 계셨다.
귀신의 날이라고 하여 신심 두터운 기독교인이나 관심 없는 사람들은 꺼려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바탕 웃고 즐기는 행사임엔 틀림없다.
이틀 저녁 trick or treating으로 받은 사탕과 초콜릿, 과자들.. 저 양은 어마어마하다. 들고 다닌 내 어깨가 뻐근하고 아팠다면 말 다했다. 거실에 쏟아보니 두 달치 간식은 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