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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May 29. 2021

11_스카우트 캐나다에 입단하다

비버 스카우트(Beaver Scouts)

비버 스카우트가 되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학교에서 ‘스카우트 캐나다’ 단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컵스카우트(Cub Scouts)만 있는 것 같은데, 캐나다에는 저학년을 위한 비버 스카우트(Beaver Scouts)도 있었다. 





같은 학교에서 친하게 된 한국인 이민자 가정이 몇 집 있었는데, 그중 한 집 아이들이 스카우트를 한다며 우리 만수도 함께 하지 않겠냐고 한다. 집도 가깝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고, 캐나다 생활이 서툰 우리에게 학교 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중 하나다. 그 엄마의 권유로 그 집 아이들을 따라 스카우트 캐나다에 입단하게 되었다. 영어도 못하면서 우리 아이와 나이가 비슷한 그 집 막내딸에 의지해서 무작정 한번 해보라고 했다. 


지역별로 그 일대의 여러 학교 아이들이 한 학교에 모여 게임도 하고 야외활동이나 기금 모음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아이 학교가 Community School이라 스카우트 모임도 우리 학교에서 하니 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린 비버 스카우트는 학부모 참관이 필수였다.  


첫 모임을 잊을 수 없다. 리더 선생님이, 영어를 들을 줄도 할 줄도 몰라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딸아이에게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계속 물으시는데, 아마도 수줍어서 말을 못 하는 줄 아시고 그러셨던 듯.. 결국 이 아이의 부모가 여기 있냐고 하시면서 나의 도움을 청하셨다는...



비버 스카우트 첫 모임



하지만 역시 그때뿐.. 학교 체육관에서 게임도 하고 뛰어 놀기도 하며 즐거운 스카우트 활동을 시작했다. 캐나다에 살아보는 것 자체가 다양하고 신선한 경험의 연속이지만, 스카우트 활동으로 인해 그 경험이 더욱더 다채로워졌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좋은 경험 공유해주고 함께해준 제시카네 고마워~



Scouts Canada Apple Day

날씨가 좋았던 그 해 가을 어느 주말에는 ‘Scouts Canada Apple Day’라는 기금 모음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이 우리 동네 쇼핑 단지 여기저기에 한 명씩 자리 잡고 서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나씩 주고 기부금을 받는 활동이었다.



"Would you make a donation for Scouts Canada?"



"Would you make a donation for Scouts Canada?(스카우트 캐나다를 위해 기부를 해주시겠습니까?)"라고 요청하고, 사람들이 저금통에 돈을 넣어주면 기증받아 온 사과를 한 개씩 주는 거였다. 처음엔 내가 대신 말해주다가, 나중엔 아이가 외워서 했는데 혼자 해보고 성공했을 때 어찌나 신나 하던지.. 


캐나다는 워낙 기부문화가 발달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들 참여해주었다. 때로는 잔돈 없다고 마트 갔다 나와서 준다고 하기도 하고, 은행 갔다 와서 준다고 하기도 하고.. 그리고 대부분 약속을 지킨다. 딸아이는 사과 파는(?) 게 아주 재미있었다고 표현했는데, 재미를 넘어 유익한 경험이 됐으리라 믿는다.



Bottle Drive 

역시 날씨 좋은 좀 더 진한 그 해 가을 어느 주말에는 스카우트 행사 중 하나인 Bottle Drive라는 활동이 있었다. 빈 병을 수집하는 기금 마련 행사인데, 스카우트뿐 아니라 학교나 여기저기에서 많이 하는 활동이다. (빈 병을 모아서 Bottle Depot에 갖다 주면 돈으로 돌려준다. 우리나라보다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어쩌다 한 번씩 빈 병 모아서 돈 바꿔 오는 것도 일이었다 ㅎㅎ)



Bottle Drive 중 - 유니폼은 조끼와 모자면 OK



우리가 맡은 구역은 학교 근처 60가구 정도 되는 타운하우스 단지였는데, 일주일 전에 미리 집집마다 전단을 꽂아 놓고는(‘스카우트 캐나다의 기금 모음 운동입니다. 일주일 후 몇 시쯤 올 테니, 빈 병을 모아서 밖에 놔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 그날 차를 갖고 가서 딸내미와 둘이서 빈 병 수집을 했다.  


60가구 중 6~7집이 병을 내놓았는데, 몇 집 안 되는데도 많이 내놓은 집은 너무 무거워서 낑낑거리며 겨우 겨우 차 트렁크에 실었다는.. 


내가 단지 내에서 천천히 차를 몰면서 다니면, 딸아이가 차에서 뛰어 나가 병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병을 모아준 집에는 고맙다는 메모를 남기고 왔다. 이건 울 만수의 기특한 아이디어.. 


딸아이도 너무나 재미있어했고, 뿌듯함을 느끼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이런 활동이나 행사를 경험하면서 엄마인 내가 더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러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다. 아이를 통해 느끼는 대리 만족과 나 자신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같이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과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무장 해제되는 느낌.. 어쨌든 나도 참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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