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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May 21. 2021

10_캐나다 학교 수업 본격 스타트

넘나 궁금한 학교 생활

ESL 수업을 시작하다

학교가 시작하고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본격 수업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학생이나 이민자 아이들을 위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도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정규 수업 중에 ESL 선생님이(오리엔테이션 때 본 따뜻하고 친절한 할아버지 선생님) 교실로 직접 와서 따로 부르시면 따라가서 일대일 수업을 하는 거란다. 한 번 수업 때 책 두 권씩(어른이 생각하는 책 수준 아니다. 아주 작고 얇다), 일주일에 4권 정도의 책을 읽는 거였다. ESL 수업이라고 하여 뭔가 거창한 게 있나 했는데 학교마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주로 책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책의 효과가 참 위대하다는 걸 체감했다.



ESL 첫 수업 때 읽은 책



처음 ESL 수업을 한 날, ESL 선생님과 같이 읽었다며 책 두 권을 갖고 왔다. ABC 밖에 모르는 애한테 과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단다.


"어떻게 알아들었어?"

"그냥 '굿' 어쩌고 하셨던 거 같애.. 그리구 집에서 엄마랑 복습하라고 하셨어.."

"그건 어떻게 알아들었어?"

"그냥... 그렇게 말씀하신 거 같애.."


ㅋㅋㅋ 눈치 백 단 김만수..

생각보다 꽤 잘 읽어서 무지 놀랐다.. 현지 교육은 이런 것인가.. 할머니랑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다고 화상으로 열심히 읽어준다. 또, 수업시간에 나눠준 종이에 Angela라고 자기 이름까지 써온 거다.. 어떻게 알고 썼냐 물어보니, 어디서 보고 썼단다.. (나도 참 생각 없는 엄마지.. 영어 이름 쓰는 법 정도는 가르쳐줬어야지...)


앞으로 몇 개월을 이렇게 눈치 보며 힘들게 살아야 할 걸 생각하니 참 안쓰럽다. 하지만.. 울 딸은 대체로 즐겁게 지냈다.



매너가 중요해!

수업이 본격 시작한 주의 어느 날 아침,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보니(여긴 종이 쳐야만 교실로 들어갈 수 있다), 벽에 애들 그림이 잔뜩 붙어 있다.. 한창 캐나다 학교에 대한 나의 관심과 촉각이 최고치였던 시절이다.


유독 눈에 띄는 칼라풀한 그림.. 역시 울 딸 그림.. ㅋㅋ



This is me ... taking turns.



대부분의 그림이 우리나라 아이들 그림과 좀 다른 느낌이다. 우리나라 미술학원 그림에 익숙한 탓인지.. ㅎㅎ 다른 애들 그림 찍으면 뭐라고 할까 봐(그런 게 중요한 나라니까) 안 찍었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힘이 없어서인지 대체로 선이나 색이 진하지 않고 뚜렷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절대 잘 그렸다 못 그렸다가 없고, 아무 가치를 두지 않는단다.. 전부다 아이들의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한단다.. 옳소!!!


다른 아이들 그림에 비해 유난히 칼라풀하여 눈에 띄었던 딸아이 그림 밑에 선생님이 “taking turns”라고 대신 써주셨다. 놀이터 미끄럼틀을 탈 때 "나는 차례를 잘 지켜요"라는 그림이 된 거다. 다른 아이들은 그림 아래 "나는 친구랑 나눠 먹어요” “나는 미안하다고 말해요” 등등을 써놓았다.. 1, 2학년 합반이다 보니, 스펠링 틀리는 아이들이 참 많다. 다행이다 싶었다..   


미술 수업으로 가장 먼저 그린 그림이 매너를 표현하는 것이라니.. 서툰 그림과 글씨로 표현한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했다. (물론 거기 사는 동안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보고 겪었지만.. ㅎㅎ)




학교 BBQ 파티

학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서 BBQ 파티를 한다고 하여 몇 달러 내고 참가 신청을 했다. 바비큐 파티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펜션 가면 하는 것처럼 고기 실컷 구워 먹는 건 줄 알았다.. ㅎㅎ 고기는 고긴데 그게 햄버거 안에 들어가는 패티를 구워서 주는 것이었다는.. 패티를 구워 햄버거를 만들어 주는 파티였던 것. 햄버거를 받아다가 운동장에 설치된 테이블에 앉아 먹고 마시며(술은 없다 ㅎㅎ)..





고기를 굽고, 나눠주고 하는 모든 일들은  근처에 있는 secondary 학교 애들이 와서 자원봉사를 했다. secondary는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인데, 버나비에서는 초등학교 7학년을 졸업하면 가는 곳이다. (시마다 학제가 다르다.) 자원봉사 점수가 중요하다 보니, 이런 행사에 많이들 지원한단다..


임시반 때 Family Picnic처럼 새 학년 기념 서로 간의 친목 도모 겸 기금 마련 행사인 듯하다. 그 이후로도 많이 느낀 건데, 선생님과 학부형, 그리고 학부형들끼리의 유대관계도 많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학교 뒷마당에서 햄버거 먹으며 다른 학부형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두어 시간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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