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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Jun 04. 2021

12_캐나다에서 핼러윈을 맞이하는 법

마트와 함께 온 핼러윈

마트가 진리!

우리가 캐나다에 입성한 지 몇 주 되지도 않아 마트는 온통 핼러윈 세상이 되었다. 빠르기도 해라.. 우리의 참새방앗간 월마트 입구에는 온통 주황색과 검은색의 다양한 핼러윈 상품들과 코스튬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곳에 사는 2년 동안 시간의 흐름을 가장 빨리 캐치하는 곳은 항상 마트였다. 


우리가 캐나다에 도착했을 당시(8월)에 월마트 입구에는 Back to School이라는 플래카드 아래 온갖 문구류가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앞에서 쓴 적이 있듯이, 새 학년이 시작할 때 1년 치 문구류를 한꺼번에 사 가지고 가는 시스템 때문이다. 


그게 들어가고 나니 이른 감 있는 핼러윈 상품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이었다. 핼러윈은 10월 마지막 날인데, 그게 9월 초부터 등장하다니.. ㅎㅎㅎ 그 이후에도 이곳은 참 빨랐다. 핼러윈이 끝나자마자 바로 빨간색과 초록색의 향연인 크리스마스 용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크리스마스가 끝나자 마자는 핑크색 일색인 밸런타인데이 상품들로 바뀌었고, 그다음은 노란색과 파스텔톤의 부활절 상품들, 그다음은 초록색 일색인 St. Patrick’s Day (3월 17일, 아일랜드 수호성인 성 패트릭이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하는 날, 아일랜드 이주민이 많이 사는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축제와 행사를 하는데 모두 녹색으로 치장하는 것이 특징) 상품들, 그리고는 어머니 날, 아버지 날 상품들.. 그다음은 여름 물놀이 휴가 용품들.. 그리고 다시 Back to School.. 마트의 사이클에 따라 1년이 살아졌다.



 

동네 쇼핑몰 핼로윈 장식



그 밖에도 자잘한 행사나 이벤트가 참 많았는데, 2년간 느낀 바로는 이런 행사나 축제로 1년을 지낸다는 느낌.. 밴쿠버 교포 말로는 밴쿠버는 재미없는 천국이고 서울은 재미있는 지옥이라던데, 사실 서울의 일상이 바쁘고 역동적인 건 맞지만 캐나다는 1년 주기로 역동적이고 지루할 틈 없는 뭔가가 돌아가고 있었다. 




Pumpkin Patch 

9월 초부터 핼러윈 분위기를 내던 마트에 이어 아이 학교에서도 10월 초부터 핼러윈이 등장했다. 핼러윈 호박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Pumpkin Patch(호박 밭)로 소풍을 다녀왔다. 


이곳은 학교에서 소풍이나 견학을 갈 때 학부모가 자원봉사로 몇 명씩 본인 차에 태워 간다. 주로 학급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학생수가 적어서 그런가 보다. 저학년은 카시트에 앉아야 하므로, 밴이 아닌 한, 대부분 두 명 정도만 데리고 갈 수 있다. (앞 좌석은 금지다.) 운전해줄 학부모가 적으면 담임선생님이 더 필요하다고 공지를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내 운전이 불안하여 피하다가 나중에는 나도 동참하곤 했다. 


울 딸과 나는 같은 반 유학선배인 엄마의 차를 타고 같이 갔다. 앞자리에 아이들이 못 앉게 되어 있다 보니 앞 좌석에 아빠나 다른 엄마가 같이 타고 많이들 따라가는 분위기. 이곳은 등하교 때나 학교 행사 때 아빠들을 참 많이 볼 수 있다. 상담 때도 엄마 아빠가 같이 오기도 한다. 근무 시간이 교대근무가 발달한 이유도 있는 것 같고, 공동육아 정신이 투철하기도 한 듯하고.


다양한 체험을 많이 한 호박밭 소풍


 

염소나 당나귀, 칠면조 같은 동물도 만져보고, 가짜 젖소 젖도 짜 보고.. (물이 나온다 ㅎㅎ) 옥수수밭 미로에서 신나게 뛰기도 하고, 우리나라 경운기보다 큰 트랙터를 잠깐 타보기도 하고.. 사실 이건 너무 감질났다.



 Pumpkin patch 풍경


울 만수가 따온 호박.. 아주 예쁘게 생겼다. 사실 땄다기 보단 골라서 주워 왔다는 게 맞다. 따기엔 너무나 두껍고 질긴 줄기.. 이 호박은 어떻게 먹는지는 잘 모르겠고, 주로 핼러윈 때 만드는 Jack O'Lantern(호박등) 용도다. 속을 다 파서 눈코입 도려내고 그 안에 촛불을 밝히는.. 재미로 내가 한번 파봤는데 은근히 힘들었다.. 



내가 판 엉성한 '잭오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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