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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Sep 29. 2021

25_캐나다 초등학교 행사들 I

소소하지만 소중한 경험

Salmon Send-Off

매년 5월 초 아이 학교 주최로 Salmon Send-Off 행사가 있었다. ‘연어 방생’이라고 해야 하나.. 딱히 학교 행사는 아니고 지역 주민들 남녀노소 모두 참가하는 행사로, 학교 근처 숲에서 줄을 서서 지퍼백에 들은 새끼 연어들을 받아 시내에 놓아주는 것이다. 우리가 보낸 애들이 2-3년 후에 다시 여기로 돌아온다나.. 그 아이들을 우린 못 보고 귀국한 게 된 거다. 아쉽게도..


학교 운동장에는 천막이 쭉 쳐있고, 학교 합창단 아이들의 노래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천막 안에서는 crafts나 소소한 행사들로 아이들을 유혹했다. 비가 좀 오긴 했지만 마침 친정부모님과 이모가 오셨을 때여서 다 함께 Salmon Send-off 행사에 참가했다. 우리 둘이 외로웠는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첫 해에 받은 연어 새끼는 ‘멸치 아냐?” 할 정도로 작았는데, 그 해에는 연어가 잘 자라지 못했었다고 한다. 그 이듬해에는 제법 커서 한 사람당 두세 마리씩 주어졌다.



첫해와 이듬해의 새끼 연어 크기 차이가 엄청나다




Chocolate Factory field trip

어느 날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왔다. 딸아이 반에서 최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책을 읽었다고 초콜릿 공장에 견학을 간단다. 학교나 학년 전체가 가는 게 아니라, 아이네 반만 간다는 거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관련 책을 읽었다는 이유로… (이런 거 너무 부럽다)


역시나 학부모들이 라이드 해서 몇 명씩 태워 갔는데, 딸은 다른 친구네 차에 얻어 타고 가고, 친정엄마랑 나는 내 차로 따라가 보았다. (친정부모님과 이모가 우리가 한국을 떠난 지 8개월쯤 되었던 무렵 봄에 캐나다 패키지여행으로 오셔서 여행하시고 2주 정도 계시다 가셨다. 우연히도 그때 마침 이런저런 행사들이 있어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떨결에 친정엄마와 나도 난생처음 초콜릿 공장을 견학해보고 초콜릿도 얻어먹고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며칠 후 학교 만수네 교실을 갔더니, 담임선생님이 이때 찍은 사진들을 쭉 붙여놓으셨는데, 울 엄마랑 내가 어찌나 많이 등장하던지.. ㅎㅎ






Fun Fair

부모님이 와계시던 그때 마침 2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는 학교 축제가 있었다. Fun Fair라는 이름의 행사인데 우리나라 대학 축제처럼 신나는 다양한 놀이도 있고 경품 행사도 있어서 선물도 많이 받고.. 아주 신났다는..





마지막 사진은 사람을 앉혀 놓고, 공을 던져서 과녁을 맞히면 그 사람이 떨어지는 시스템의 게임.. 떨어지고 계신 사진의 주인공은 교장선생님이시다. 너무나 유쾌한 한 장면이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교장선생님도 이 정도로 장벽이 낮아졌을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우리나라 교장선생님은 월요일 조회시간에나 멀리서 또는 방송으로 보던 분인데 말이다.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난 이 교장선생님을 참 자주 뵈었다. 캐나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학부모들의 차가 학교 현관 바로 앞에 정차하지 못하게끔 직접 안내를 하시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런치 모니터와 함께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시기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문제가 있을 때도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 면담도 하시고, 학교 전반에 걸친 이슈로 학부모들과 가끔 회의를 하기도 하는 등 언제 어디서나 자주 만나는 적극적인 리더였다.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회의에 한 번 따라갔다가 문화 충격을 받았었는데, 엄마들이 반바지에 조리 신고 오더라.. ㅎㅎㅎ (나 유교국가 출신)


다시 이 게임 이야기로 돌아가면, 진행하는 사람이 장난기가 많아서, 아이들이 잘 못 맞추니, 자기가 던져서라도 떨어뜨리고 만다. ㅎㅎㅎ 자원봉사로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주로 앉아있었는데, 울 만수도 성공했다는..



Student Led Conference

한 학년이 끝나가는 봄에 학교에서 Student Led Conference가 열렸다. ‘학생 주도 콘퍼런스’라고 해야 하나. 이건 뭔고 하니.. 아이들이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활동한 작품들을 부모님한테 직접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시간이다. 중요한 건, 제목처럼 아이들이 주도하여 직접 보여주고 시연하고 설명해준다는 거다. 울 만수도 나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신이 나서 구경시켜줬다.


항상 수업 시작 때 한다는 날짜와 요일, 날씨 등을 담은 노래도 들려주고, gym에 딸아이 작품이 걸려있는 것도 보고, 컴퓨터실에 가서 어떤 수업을 했나 보여주기도 했다.


 




스포츠 행사 - Terry Fox Run / Sports Day 

Terry Fox Run이라는 캐나다만의 스포츠 행사가 있다. 매년 9월에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Terry 암 연구 기금 마련 달리기 행사인데, Terry Fox라는 사람은 캐나다에서는 모르면 간첩일 정도의 영웅이다.


테리 폭스(Terry Fox, 1958년 7월 28일 ~ 1981년 6월 28일)

캐나다의 운동선수이자 인도주의자,  연구 활동가이다. 수술로 절단한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1980년에 암 연구를 위한 자선 마라톤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 크게 자란 종양이 마라톤을 그만두게 하였다. 폭스가 143일 동안 움직인 거리인 5,373km의 마라톤이 암 연구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렸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1981년부터 매년 60개국 이상이 테리 폭스 달리기(Terry Fox Run)를 개최하며, 수만 명이 참석한다. 현재 테리 폭스 달리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암 연구를 위한 1일 자선 운동이며, 그의 이름으로 5억 캐나다 달러 이상을 모금하였다. (위키백과에서 가져옴)


빅토리아에 있는 테리 폭스 동상



이 날은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한 행사라서 난 참여를 못했는데, 학교 운동장과 숲을 뛰었다고 한다. 아이 학교가 숲에 있다 보니 늘 숲을 뛴다. 참 좋다.


Sports Day는 사실 체육대회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고 ‘명랑운동회’(아~ 나 옛날 사람) 같은 행사였다. 하필 이날 비가 많이 와서, 실내에서 했는데 체육관과 몇 군데 교실에서 나눠서 진행했다고 한다.



 


나는 늦게 가서 요 종목 하나밖에 구경을 못했다. 볼링처럼 공으로 앞에 있는 빈 병을 맞춰 쓰러뜨리는 게임이다. 많이 맞춘 팀이 이기는 것.


울 딸에게 ‘네가 파랑팀이라 파랑팀이 이길 거’라고 했더니, 정말 파랑팀이 우승! 그런데 선물은 없다. ‘상’이라고 도장 찍힌 그 흔한 공책이나 연필도 없다. ㅎㅎ


어쩌다 달리기 경주도 하곤 했지만 1, 2, 3등을 가르지 않았다. 내가 캐나다에서 가장 놀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둔다는 것. 학교에서든 다른 단체에서든 어떤 행사에 참여했다는, 또는 얼마만큼의 거리를 뛰었다는 징표로서의 리본이 거의 전부다. 가슴에 핀으로 꽂는 작은 그 헝겊 리본 말이다. 아이는 그 리본을 받아 올 때마다 거실 벽에 쭉 붙여 두었었다. 행사 이름이 적힌 여러 가지 색깔의 리본들을 보면 마치 훈장 같다. 딱 한번 도서관 행사에서 2등을 하여 상품을 받아온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라면 길거리에서 나눠줄 법한 스티커 몇 장과 책갈피 정도가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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