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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Oct 11. 2021

27_캐나다가 불편한 점

지극히 개인적인..

2010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내가 지냈던 밴쿠버에서의 경험에 비춘 것이다. 겨우 2년 살고 온 사람으로서 느낀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10년 전 이야기이니 지금은 달라졌을 수 있다. 

 


1. 언어 

일상생활엔 큰 불편이 없다 해도, 뭔가 애매한 문제가 생겼을 때나 해명을 해야 할 때 어쩔 수 없이 불편했다. 깊이 따지고 들어야 할 때, 특히 그걸 전화로 해야 할 때는 정말 조국이 간절히 생각났다. 


특히 수도나 인터넷 등 관련해서 관공서에 전화하는 경우에는 뭔가를 말하면 기다려라 하면서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고 또 얘기하면 또 다른 사람을 연결해주고.. 나는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다양한 배경의 이민자들인 경우는 좀 더 심각했다. 그 사람들의 악센트를 알아듣기 어려웠다. 영어를 잘하면 어떤 발음의 영어든 알아들을 텐데 난 그게 어려울 때가 많았다. 


교포분들 말을 들어보면, 교포 1세대 중에는 많은 분들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가 불편하다고 한다. 나이 들어 이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아무래도 자기 언어가 되지 않는 거다. 그래서 1.5세나 2세인 자식들에게 의존한다고 한다. 병원이나 관공서에 갈 때 자식을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2. 병원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의료보험이 있으면 병원은 무료다. 우리 비자는 기본적인 의료보험이 보장되었으므로 다행히 큰 병치레도 없었기에 병원에 다니는 것이 큰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치과였다. 치과는 커버가 되지 않았기에(치과 보험을 따로 들어야 한다) 우리 딸처럼 치과를 자주 가던 아이는 캐나다에서 아주 애를 먹었다. 


마침 유치가 빠지는 시기였던 데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곤 하여 치과를 꽤 자주 드나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빨 하나 빼는데도 100불. 우리나라에선 5천 원이면 해결되던 것이 10만 원이 넘는다니.. 이렇다 보니 치과 한번 가는 게 정말 엄두가 안 났다. 치과에 돈 참 많이 썼다. ㅎㅎ


또 하나, 병원 진료가 무료인 것은 좋지만 약값이 참 비쌌다. 우리나라에선 감기 정도라면 병원비도 몇 천 원, 약값도 몇 천 원이면 해결되는데, 거기선 감기약이 3만 원 정도 나와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니 일반화하면 안 될 것 같긴 하다) 



3. 어린이 보호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하고 좋은 거다. 이건 사실 장점이다. 너무 좋은 거라서 한국에서 간 내가 불편했다는 거다. ㅎㅎㅎ 절대로 아이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 철저히 보호자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한다. 차에서도 잠깐이라도 혼자 두어선 안된다. 우리 만수 같은 저학년이야 그렇다 쳐도, 5학년 이상 고학년들까지 그러다 보니, 같이 유학 온 6학년 아이는 이런 이유로 한국이 그립다고 빨리 돌아가고 싶는 말까지 했다고.. 


또, 3학년 정도 아이까지는(덩치에 따라 다를 순 있지만) 차에서 꼭 부스터(어린이용 카시트)에 앉아야 한다. 당연히 안전을 위한 거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은 좀 불편하다. 특히 멀리 갈 때는 그 좁은 부스터에서 꼼짝을 못 하고 앉아 있어야 하다 보니 졸려도 눕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실 어린이들을 위하는 정책과 마음씀이 너무나 절절하여 참 부러웠고 이게 선진국이구나 싶었다. 캐나다에서 들은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캐나다에서는 국민 서열 1위가, 즉 가장 우위에 있는 존재가 여자 어린이란다. 2위와 3위가 헷갈리는데 2위가 여자 어른이고 3위가 남자 어린이였던가.. 그럼 4위는? 남자 어른? No No.. 4위는 멍멍 ‘개’란다. 5위가 남자 어른이란다. ㅎㅎㅎ 개만도 못한.. 


다운타운에서 딸아이와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대체로 캐나다 버스는 한산한 편인데 그곳이 다운타운이라 그랬는지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하시는 게 아닌가. 헉,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냥 앉으시라고 했는데 기어코 일어나시며 우리 보고 앉으란다. ㅎㅎㅎ 우린 동방예의지국에서 왔는데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우리나라에 장유유서가 있다면, 서양에는 Ladies first가 있다. 



4. 음악 소음

이건 일반적인 불편 사항은 아닌데, 이상하게도 서양에서 가끔 경험한다.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도 느낀 건데, 서양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듣는 걸 좋아하는지.. ㅎㅎ 파티를 해도 왜 그렇게 음악을 집이 떠나가라 틀어 놔야 하는 건지.. (물론 다 그런 건 아닐 테니 오해 마시길)


우리 오른쪽 옆집이 주말 밤마다 그렇게 음악을 쾅쾅 틀어대서 참 괴로웠었다. 음악 소리가 크면 쿵쿵 진동이 느껴지는 게 참기 힘들다. 한 번은 못 참고 자다 말고 나가서 그 집 문을 두드렸다. 음악소리가 너무 크니 노크 소리도 못 듣는다. 한참을 더 두드려 음악소리 좀 줄여달라고 말했는데, 알았다고 하고는 별로 변화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또 음악 소리가 쿵쿵거려 잠에서 깼다. 근데 들어보니 노크 소리도 들린다. 나가보니 우리 아파트 매니저가 그 소리를 듣고 직접 올라와서 그 집을 노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헐 너 이제 큰일 났다.. 올 것이 왔다 싶은... 앞에서 우리 아파트 매니저에 대해 간단히 쓴 적이 있다. 성실하지만 좀 무섭고 찬바람이 부는 시크한 매력의 여성.. 우리 아래 아래층에 사는데 그게 들렸다는 거다. 결국 우리 옆집은 그날 밤 아파트 매니저에게 걸려 쫓겨나듯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하필 옆집 남자가 이사 가던 날 마주쳤는데, 나에게 "이 아파트에서 이제 no more noise일 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그렇게 떠났다. 그 이후 이제 고요와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는데, 이번엔 왼쪽 옆집에 이사 온 집이 또 그렇게 음악을 쿵쿵.. 아침이고 밤이고 쿵쿵 울리는 거다.. 또 찾아가서 노크.. 못 듣는다. 한참 노크.. 나온다.. 성공.. 우리 딸이 공부하고 있다.. 좀 줄여 달라.. 다행히 그들은 매너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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