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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Oct 13. 2021

28_조기유학 중에도 사교육은 계속된다

캐나다에서의 사교육

우리 딸은 초기에는 영어가 안됐기 때문에 다른 조기유학생에 비해서는 사교육을 별로 하지 않은 편이었다. 다른 조기유학생 아이들은 거의 매일 학교 끝나고 바로 사교육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 만수는 그저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ㅎㅎ



1. 피아노

한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다 말고 갔기 때문에 까먹지 말라고 우선은 피아노 레슨을 시켰다. 한국인 선생님 댁에 가서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개인 레슨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흔한 피아노 학원이 캐나다는 드물었다. 대부분이 개인 레슨이었다. 그렇다 보니 레슨비도 비쌌고 연습도 부족하니(같은 학교 HJ네가 준 건반 덕분에 집에서 그나마 좀 쳤지만 한계가 있긴 했다) 실력이 그다지 늘지도 않아 처음 1년 정도만 하고 말았다.



2. 주산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캐나다에 갔기에 연산을 해야 하는 시기였다. 한국에서 가져갔던 수학 일일학습지를 너무 하기 싫어하던 차에 마침 제규가 주산학원(한국 선생님이 하시는)을 다닌다고 하여 같이 보내 보았다. 다행히도 흥미를 느끼고 잘하여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거의 2년을 꾸준히 주산학원에 다녔다. 실력이 나날이 좋아져서 선생님께 칭찬도 많이 듣고, 선생님이 다른 학부모들(한국, 중국, 심지어 캐나다 사람들도 가끔 보낸다)에게 앤젤라 암산하는 것 좀 보라고 자랑도 해주시곤 하였다.


집에선 K 내복이 최고


이랬던 아이가 훗날 수포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울 딸은 그 무서운 중2병과 함께 수포자의 길로 들어섰다.



3. Gymnastics

캐나다 입성하고 3-4 개월이 지난 후부터 집 앞 Cameron Community Centre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gymnastics(체조)를 시작했다. 몸으로 하는 것이니 영어가 좀 안돼도 할 수 있겠다 싶어 동네 친구와 함께 보내 보았다. 이 체조 수업은 항상 인기여서, 1년 내내 거의 마감이다. 대기 걸었다가 운 좋게 연락이 와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워낙에 울 딸은 활동적이고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너무나 좋아라 했던 수업이다. 이 수업도 한국에 돌아오기까지 1년 반 이상을 다녔다.




트램펄린에서 균형 잡기도 잘하고 다리도 제법 많이 찢어진다. cartwheel(풍차 옆돌기)도 어찌나 잘하는지 서커스단 같다. (cartwheel은 아직도 잘한다는..) 꽤 유익했던 수업이었고 인기 있을 만하다.


한 학기(3달 정도)가 끝나면 마지막 수업 날 수료증을 주는데, 한 명씩 이름 불러 단상에 올라가 수료증을 높이 들라고 한다. 상 받았다고 엄청 좋아한다. 맘에 드는 세리머니다.


이 아이는 커서 체대 입시생이 됩니다



이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체육을 시켜서 어떤 종목이라도 전공을 시켜야 했다. 아니면 한국에 와서도 사람들이,


“만수야, 넌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뭐니?”

“체육이요”


했을 때라도 알아봤어야 했다. 내가 체육이 젬병인 엄마라서 내 딸을 너무 늦게 알아봤다. (사실 공부할 줄 알았다 ㅎㅎ) 운동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종목을 택하기엔 이미 늦었지만, 우리 딸은 (나와 너무 다른 우리 딸은) 지금 학원에 다니며 체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울 딸 파이팅!!!



4. 영어 학원

6개월 정도 지나고부터는 영어학원도 슬슬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인 원장님이 운영하는 리딩 중심의 학원이었는데, 레벨에 맞는 책을 읽으며 수업하고 독후감을 쓰고 첨삭도 받는 그런 수업이었다. 참고로 캐나다는 학교 선생님들이 투잡으로 학원에서도 수업을 할 수 있단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영어 실력도 늘고 writing 실력도 늘어서 아이의 독후감이 게시판에 전시되는 날도 있었다.


유학 1년 반 정도 되었던 시점인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영어학원을 소개받아 옮겼는데 그때 만난 원장님(한국인)과 아이 담당 원어민 선생님 두 분 다 너무나 좋으시고 수업 방식도 좋아서 한국 돌아올 때 참 아쉬워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특히 writing 실력이 부쩍 늘어서 아이가 한국에 돌아와서 우리말로 글을 쓸 때도 기반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캐나다 학생들이 학습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사교육이 영어 writing이라고 들은 것 같다. 학교 과제나 입시에서 essay writing이 중요하다 보니 writing만큼은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5. 드라마 수업 / 수영 

6개월 정도 토요일마다 쉐드볼트 아트센터(Shadbolt Art Centre)에서 하는 연극 수업을 다녔다.

Shadbolt Art Centre는 버나비의 예술회관 같은 곳이다. 온갖 예술 공연과 예술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버나비 시청과 Deer Lake와 버나비 미술관도 있는 버나비의 중심에 있다.


한 텀인 3개월 수업 동안 두 개의 연극을 연습하여 마지막 날은 학부모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 역시나 캐나다스럽게 아주 자~알 하지는 못하지만, 부모들은 열심히 박수 쳐주고 기특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나레이터, 두 번째 사진에서는 Goldilocks(골디락스) 역할, 쭉 앉아있는 아이들은 '의자' 역할이다. 마지막 사진에서의 울 만수 역할은 ‘나무'다. ㅎㅎ



수영은 캐나다 가기 전에 한국에서 조금 배운 적이 있어 물에는 뜨는 수준이었는데 아이가 계속 거부해서 못 시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오기 3개월 전에 부랴부랴 일대일 개인 교습을 시켰다. 일대일이라 비쌌지만, 수영은 생존이기에 시간 될 때 조금이라도 배우고 가자고.. 그 3개월 덕분에 그나마 수영 비슷한 거 하면서 물에서 놀 줄은 안다.





6. 캠프

사교육 범주는 아니지만 캠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캐나다는 참 캠프 좋아한다. 여름 방학 내내 하는 써머 캠프도 있고, 일주일 짜리 캠프, one-day 캠프, 금요일 저녁 몇 시간 짜리 캠프도 있다. 내 생각엔 보호자가 항상 함께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합법적으로 떼어놓고 부모가 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ㅎㅎ 가끔 있는 금요일 저녁 캠프는 대놓고 아이들 여기 보내고 부모님들은 맘 편히 영화 보고 데이트하세요 한다.


캐나다엔 Pro-D Day라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다. (교육청마다 날짜는 다르다) Professional Development Day의 약자인데 교사들의 자기 계발의 날이란다. 교사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하는 데 쓰는 날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냥 학교 안 가는 날이다. 그래서 프로디데이에는 커뮤니티 센터마다 하루 캠프가 열리곤 한다. 커뮤니티 센터 브로셔가 나오면 프로디데이 날 캠프부터 확인해서 등록하고는 했다는..


캠프마다 그때그때 주제가 있는데, 영화를 보거나 스포츠 또는 게임을 하거나 crafts를 하는 등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기간이 긴 여름 캠프 같은 데선 좀 더 전문적이고 아카데믹한 프로그램이 많다. 사실 나로서는 어느 캠프를 보낼까 하고 고민하고 비교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우리 딸은 주로 집 앞 카메론 커뮤니티 센터나 옆 동네 코퀴틀람의 포이리어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했다. 여름 방학에는 아이 학교에서 주최하는 캠프나 커뮤니티 센터 캠프를 보냈다. 한국에서 6학년 조카가 와서 SFU(울 동네에서 가까운 대학교)에서 하는 써머 캠프를 다녔는데, 그때 오빠 따라 가보라고 일주일 정도 대학 캠프를 보내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대학 캠프는 비싸다)

 



난 극성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꽤 시켰네 싶다. ㅎㅎ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하고 싶었고 다양한 영어를 접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열거한 이 사교육들은 우리 아이에게 전부 다 좋은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고 믿는다. 앞에서 쓴 적이 있는 '스키'도 너무 잘 배워왔고, 겨우 3개월 배운 '수영'조차도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게 나름 잘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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