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으로 소개합니다
밴쿠버는 관광도시라서 내가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 한 번만으로도 정보가 차고 넘친다. 광역 밴쿠버 내에서 관광 정보와 상관없이 나는 내가 사랑했던 곳들을 추억하고 소개하고 싶다. 내가 살던 버나비의 좋은 곳들은 이미 앞에서(에피소드 #16)에서 소개한 바 있다.
노스밴쿠버에 있는 딥 코브는 내가 정말 애정하는 곳이다. 밴쿠버에 경치가 예쁜 곳이 뭐 한두 군데겠는가 마는, 이곳 경치는 특히나 내 맘에 쏙 들어왔다. 물도 너무나 맑고, 특히 봄에 가면 물가에 핀 벚꽃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게다가 내가 이곳을 더욱더 사랑하는 이유는 이곳에서만 파는 도넛 때문이다. Honey Donuts라는 곳인데, 할리우드 배우도 전용 비행기를 타고 와서 먹고 간다는 유명한 곳이다. 하나 다 먹기에는 좀 느끼하기도 하지만 커피와 먹으면 환상이라는.. 상상만으로도 지금 침이 고인다. ㅎㅎ 캐나다에 다시 가면 당장 달려가서 여기 도넛부터 먹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시 노스밴쿠버에 있는 이곳은 이미 관광지로 너무나 유명한 곳인데 우리도 참 좋아했다. 1회 입장권보다 1년 회원권이 더 저렴하여 1년 회원권을 산 바람에 계절마다 한 번씩 찾아갔던 곳이다. 절벽을 연결한 무시무시한 서스펜션 브릿지가 명물이지만 다리뿐 아니라 숲도 너무 좋고 숲의 트리하우스도 재미있어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길이도 꽤 긴 다리가 출렁출렁 흔들리는 데다가, 까마득한 다리 아래로는 강이 흐르고 있어 꽤 스릴이 있었다.
누구나 주저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저 다리를 우리 딸은 처음부터 뛰어다녔다. 흔들거릴 때마다 무섭다고 뛰지 말라고 소리지르기도 했는데, 나중엔 어느 정도 적응되어 주변 경치를 보거나 한참 저 아래서 흐르는 계곡물을 내려다보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카필라노 숲에는 나무 위에 트리하우스도 있고 위 사진처럼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놓은 구름다리도 많다. 몇 개의 나무를 서로서로 연결하여 다리를 놓았는데, 울 만수는 이 흔들 다리에서도 신나서 뛰어다녔다.
핼러윈 때 찾아가면 온통 핼러윈 장식이 재미있었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찾아가면 다리와 나무마다 크리스마스 라이트가 장식되어 있어 황홀함을 주었다.
또 Cliff Walk(클리프 워크)이라고 하여 절벽을 빙 둘러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길 또한 무섭기 짝이 없다. 겁 없는 울 딸은 씩씩하게 잘도 다녔다.
린 캐년도 노스밴쿠버에 있는데, (그러고 보니 노스밴쿠버가 갑인 듯 ㅎㅎ) 카필라노 축소판 같은 곳이다. 카필라노의 서스펜션 브릿지와 비슷한 다리가 있는데 카필라노에 비교도 안되게 짧다. 그래도 좋다. 린 캐년은 무료니까. ㅎㅎ 난 숲은 여기가 더 좋았다. 관광지 느낌도 덜하고 동네 숲 같아서 좋았다. 새해 첫날 딸아이와 둘이 간 적이 있는데 한겨울에 침엽수림을 산책하다 보니 좀 무섭기도 했다. 나무도 좀 높은가 말이다.
Horseshoe Bay는 이름 그대로 말발굽 모양의 베이인데 부자 동네로 유명한 웨스트 밴쿠버에 있다. 가는 길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웅장한 부잣집들을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다.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밴쿠버 아일랜드 가는 배를 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딥 코브와 비슷한 분위기이지만 말발굽 모양으로 안쪽으로 파여 있다 보니 시야는 좀 좁은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 더 확 트인 딥 코브가 더 좋았다. 그래도 경치는 인정!
밴쿠버시에 있는데, 다운타운이 한눈에 보여 뷰가 아주 훌륭하고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로 장식된 정원이 아주 예쁜 공원이다. 이른 봄에는 수선화가 한창이고 조금 더 지나면 튤립이 한창이다. 부모님 오셨을 때 모시고 갔는데 갖가지 색깔의 튤립이 어찌나 예쁘던지.. 빅토리아의 부처드 가든만큼이나 꽃과 정원이 예쁜 곳이다.
번천 레이크는 코퀴틀람에서 위로 좀 더 올라가면 있는 호수로 밴쿠버 일대에서 꽤 유명한 호수다. 워낙 캠핑지로 유명하여 여름에는 새벽같이 가지 않으면 아예 입구부터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하는 유명한 곳이다.
난 여름에는 못 가보고 비수기에만 몇 번 갔었는데, 가는 길은 한적했지만 경치도 좋고, 또 그 동네 집들이 멋져서 집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 근처에 있는 벨카라(Belcarra)도 들를 만하다. 바닷가에 부잣집들이 둘러싸고 있고, 요트 타러들 오는 곳인데, 지도를 보면 작은 폭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딥 코브와 벨카라가 마주 보고 있다. 맞은편이 노스밴쿠버의 딥 코브인 것.. 그래서 분위기가 딥 코브와 비슷한데 딥 코브보다는 시골스럽다.
황금 귀 공원.. 이름도 독특하다. 이곳은 메이플릿지(Maple Ridge)라는 도시에 있는 곳으로 캠핑지로 유명한 곳이다. 여름에 가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11월 늦가을에 갔었는데, 공원이 나오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던 입구의 산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끼 낀 나무들이 가득한 숲 가운데로 난 길로 차를 몰고 가던 그 길을 특히 잊을 수 없다. 다른 차들도 거의 없고 양쪽의 어두운 숲 속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영화 아바타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로키와도 좀 비슷하고.. 번천 레이크와도 좀 비슷하고.. 로키를 못 가본 아이 아빠는 너무 멋있다고 난리..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를 달리던 그 입구 산길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곤 한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만 있기 심심하여, 휘슬러(Whistler)를 여행사 패키지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다. 휘슬러 가는 고속도로에서 곰이 운전석으로 돌진하여 사람이 죽은 사고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난 후여서 자차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게다가 눈 많이 오는 겨울에는 더더욱.. 휘슬러는 밴쿠버에서 2시간 정도 북쪽에 있는 곳이다.
휘슬러는 2010년 동계 올림픽(김연아가 활약했던) 개최지로 유명하고, 스키장이 유명한 동네이다. 도착하니 눈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서 본, 발아래 눈 덮인 숲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세상이 아닌 듯 환상적이고 꿈속 같았다.
휘슬러 빌리지도 아기자기 예뻤는데, 곤돌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고, 빌리지 구경 좀 하고 나니 집에 올 시간이 되어 많이 아쉬웠다.
아보츠포드는 우리가 조기 유학지로 갈까 말까 고민했던 곳으로, 밴쿠버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 정도 동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도시이다. 이곳은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고, 가을에 아보츠포드에 있는 사과농장(apple barn)에 apple picking(사과 따기)을 갔던 곳이다.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한국 이민자 집들과 다 같이 apple picking을 가자고 한 달 전부터 약속 잡아 하루 즐거운 나들이를 했다. 우리는 대체로 이민 가정과 더 친하게 지냈기에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총 7집 자그마치 24명이 함께 움직였는데, 조기유학생 집은 우리 집 밖에 없었다는.. 각자 차를 타고(차가 7대가 움직인 거다) 사과 농장에 도착하니, 사과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훌륭하다. 아이들은 사과 따는 것보다 놀이터에서 다 같이 노느라 정신없었다.
주로 엄마 아빠들만 일인당 한 봉지씩 사과를 잔뜩 따왔는데, jona gold라는 품종이었는데 어찌나 탐스럽고 맛있던지.. 그 사과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 같이 사과를 따고 나서 아보츠포드에서 유명하다는 중국집에 가서 맛난 짬뽕도 먹고.. 또 다 같이 실내놀이터가 딸린 맥도널드에서 한바탕 수다의 광장도 열고.. 모처럼 많은 사람들과 너무나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그 사람들 모두 하나도 모난 사람 없이 착하고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이어서 지금도 많이 그립다.
집에 오는 길 각자 차로 돌아가 조심히 돌아가라며 인사를 나누는데, HJ네는 “우린 미국 들렀다 갈게요”하며 인사를 한다. ㅎㅎㅎ 이 말이 어찌나 재밌던지.. 미국 마트 가서 장 봐온다는 거였는데, 미국을 무슨 마트 들렀다 온다는 말처럼 한다. ㅎㅎ 아보츠포드는 미국이랑 정말 가까워서 들렀다 올 수 있는 거리였고, 미국 마트가 캐나다보다 저렴하여 정말 미국 마트 가서 장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 White Rock(화이트락)
화이트락은 써리(Surrey) 남단 바닷가에 있는 곳이다. 우리가 살던 버나비에서 한 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면 나온다. 바닷가에 있는 하얀 바위가 유명하여 이름이 화이트락인 이곳은 부자 동네로도 유명하고, 멋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바다로 길게 이어진 다리 데크에서 바닷가 언덕 위 주택들을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곳. 하얀 바위는 태생이 하얀 게 아니라 흰색 페인트칠을 하는 거라는 게 함정..
- Stanley Park(스탠리 파크)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스탠리 파크는 말해 무엇하리.. 너무나 넓어서 갈 때마다 부분적으로만 본 것 같다. 가장 좋았을 때는 크리스마스 때였다. 카필라노처럼 크리스마스 전등을 예쁘게 장식해놓고, 그 장식된 공원을 기차를 타고 돈다. 전등 장식 규모도 어마어마했고, 동화 속 나라를 보듯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인기가 있을 법했다. 기차 타려고 2시간 기다렸다는 거..
- Burnaby Folk Village(버나비 포크 빌리지)
이곳은 내가 살던 버나비에 있는 곳인데, 민속촌 같은 곳이다. 1900년대 초반 분위기로 꾸며놓은 곳인데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간 느낌이 들어 생각보다 괜찮다. 가끔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날도 있어 그런 날 가보면 좋다. 입구에 회전목마가 있는데 다른 곳보다 빠르고 재미있다고 아이가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 Science World(사이언스 월드)
밴쿠버시에 있는 사이언스 월드는 과학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울 딸이 이곳을 어찌나 재미있어했는지 낮에 가서 문 닫을 때 나왔다. 딸이 좋아하는 공룡도 많고.. 매 시간마다 과학쇼도 하고.. 이것저것 직접 활동해볼 수 있는 게 많아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념품 샵에서 과학 책까지 살 정도로 울 딸은 여기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고 두고두고 말하곤 했다. 과학자 될 줄 알았다. ㅎㅎ
시애틀은 물론 미국에 있다. 하지만 밴쿠버 사는 사람들에게는 시애틀은 밴쿠버의 위성도시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물가 비싼 밴쿠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미국의 도시이기에 이민자들은 쇼핑을 위해서 주로 가고 여행자들에게는 볼 것이 많아서도 많이 간다. 또 앞에서 말한 적이 있듯이 시애틀 북부(시애틀 다운타운과 밴쿠버 사이)에 큰 아웃렛이 있다. 밴쿠버와 시애틀의 연결 고리.. ㅎㅎ
밴쿠버에 가기 전까지는 시애틀에 대해 몰랐다. 밴쿠버처럼 비가 많이 온다는 것과 몇몇 영화의 무대로 유명한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도시다. 보잉사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도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타벅스의 본산지다. 그래서 스타벅스 1호점이 또 그렇게 유명하다.
아웃렛 포함 시애틀을 5번쯤 갔던 것 같은데 구경을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1박 2일 여행사 패키지로 가보기도 했고, 아이 아빠가 왔을 때 우리 차로 1박 2일 여행을 하기도 했지만, 그저 아웃렛과 유명하다는 곳 몇 군데를 찍고 왔을 뿐이다. 남들처럼 스타벅스 1호점에서 한참 줄 서 기다려 커피 한잔을 마시고 기념 머그컵을 사 오기도 했다. 관광지 중에서 개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스페이스 니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63 빌딩 같은 전망대인데, 거기서 보는 멀리 눈 덮인 레이니어 산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가까운 미국의 도시인데도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못했다는 생각에 늘 아쉬운 곳이다. 다음에 꼭 다시 갈 도시 중 하나로 찜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