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첫니도 갔다

by Mika

점심 무렵 아이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리세스 타임에 아이가 넘어졌는데 이마와 코를 좀 다쳤단다. 이가 하나 흔들려서 아이에게 물으니 원래 그랬다고 하는데 맞느냐 물었다. 냉찜질을 했고 아이는 진정이 됐으니 데리러 올 필요는 없다고 하며 전화가 끊겼다. 무슨 일이지 이게.


학교 의무실에서 보낸 편지


걱정되는 마음을 감추고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갔다. 코와 입이 다친 걸 보이는 게 싫었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괜찮냐고 물으니 리세스 타임에 친구가 밀어서 앞으로 넘어졌다고 한다. 친구도 실수로 그런 거라 미안하다고 했다는데 생각보다 큰 이마의 상처와 터진 입술을 보니 너무 속상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차가운 것만 다친 부위에 눌러줬다고 해서 소독을 하고 습윤밴드를 붙여주었다.


저녁 준비하기 전에 아이와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입에서 무언가를 뱉었다. 맙소사! 흔들리던 이가 빠졌다. 좀 전에 양치할 때도 붙어있었는데 빠지다니. 넘어질 때 충격으로 부러진 건가 싶어 대상을 특정하지 못한 원망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민 아이 엄마와는 연락도 몇 번 나눈 사이인데 아무 얘기가 없는 걸 보니 학교도 아이도 말을 안 했나 보네? 담임선생님은 교실에서 괜찮냐고만 물어보고 지나갔다는 걸 보니 누가 밀었는지 상황을 모르는 것 같은데 얘길 해야 할까? 누가 꼭 잘못한 건 아닌데 내 속이 부글부글거렸다.


이가 빠진 자리를 지혈하고 검색해 보니 아랫니 유치는 원래 뭉툭한 모양으로 빠지는 것 같다. 부딪친 충격으로 빠졌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부러진 건 아닌 걸로 보였다. 아이에게 축하한다 말하며 깨끗하게 씻은 이를 건넸더니 Tooth Fairy가 가져가고 동전을 줄 거라며 잔뜩 기대를 한다.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첫니 빠진 걸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폭풍 치던 내 마음도 어느새 잔잔해졌다.


Tooth Fairy 출동


우리 때는 지붕에 던지면 제비가 가져간다고 했는데 이 세대는 요정이 금전적 대가를 치르고 수거해 간다. 아침에 일어나 베개밑을 확인한 아이가 나를 마구 깨웠다. 요정이 어떻게 자기 이름을 알고 이렇게 이쁜 글씨로 썼냐며 뛸 듯이 기뻐했다. 10센트 받을 줄 알았는데 25센트 동전이라며 너무 좋다고 은행에 넣어두겠단다. 산타와 요정을 믿는 이 동심은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



표지사진: UnsplashNico Smit


keyword
이전 06화Half Birthday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