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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대한 맹세

킨더에서 매일 한답니다

by Mika
엄마, 내가 노래 불러줄까?


아침을 먹는데 아이가 노래를 하나 불러주겠다고 한다. 학교에서 매일 선생님하고 부르는 노래라는데 "아이 플레쥐 얼라지언스 (…?) 플래그 오브 디 유나이티드(…?) 아뭬리카 (…?) 투 더 (…?) 스탠즈 원 네이션 언덜 갓 인디비줘블 (…?) 저스티스 폴 올"이라며 노래 같지 않은 노래를 부른다. 중간에 웅얼거린 부분은 빼더라도 이건 그냥 노래가 아니라는 느낌이 온다. 이거 국기에 대한 맹세 같은데?


알아차리자마자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맹세는 전체주의의 잔재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매일 맹세를 하고 있다니. 중국 유치원에서 아이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했다는 어떤 웹툰 에피소드를 보며 사회주의 국가니까 그렇군 하고 넘겼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맹세'를 떠올리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라는 것이라서 각 단어들에 맞서고 싶은 마음부터 드는데 말이다. 충격을 가라앉히고 미국판 국기에 대한 맹세는 어떤 내용인가 싶어 찾아보았다. 여기서는 The Pledge of Allegiance라고 부르는 것 같다.


I pledge allegiance to the flag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o the Republic for which it stands, one nation under God, indivisible, with liberty and justice for all.


그렇게 거부감 드는 내용은 아니었(영어라 그럴 수도)다. 다섯 살 아이가 이해하기도 발음하기도 어려운 단어들이 많을 뿐. 어느 나라든 교육의 시작에 애국심을 꽂으려는 건 다 같나 보다. 아이는 몇 년 후면 한국 교육을 받게 될 텐데 혼란스럽진 않을까? 아이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우리도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한국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 2007년에 개정되었다고 한다. 저만 몰랐나요. 소리 내어 읽어보니 괜찮았다. 이 정도면 낭송할 수 있겠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표지 :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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