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같은 유치원이랄까
일 년 전 이맘때처럼 아이는 킨더 가기 무섭다고 했다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변했다. 긴장됐는지 어제는 쉬이 잠들지 못하고 한 시간 넘게 나와 수다를 떨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전날 준비해둔 Frist Day Of Kindergarten 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한 번 찍은 다음 도시락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 드디어 우리 아이가 학교를 간다!
등교는 9시~9시 10분 사이에 하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킨더 첫날이라 그런지 일찍 온 사람들이 많았다. 부모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이를 선생님 있는 곳으로 보내고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잠깐씩 우리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많은 감정이 읽힌다. 어색하고 긴장되는데 엄마 아빠가 보고 있으니 괜찮다는 표시로 한번 웃어도 주고, 같은 반 친구들이 선생님 주변으로 모이니 조금 안도했다가 우르르르 교실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당황해서 마스크를 꺼내 쓰고 따라가는 아이. 어머 우리 꼬꼬 학교 간다. 갑자기 목멘 소리가 나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첫날이라 10분 일찍 하교한다고 해서 15분 일찍 도착했는데 벌써 학교 앞이 붐볐다. 부모 마음은 누구나 같은가 보다. 교실 창문을 기웃거렸더니 가방 메고 나올 준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난 너무너무 재미있었어! 매일매일 킨더 갈 거야! 리세스 타임에서 내 친구 마리움이랑 니을이랑 기안도 봤어! 너무 재밌어! 새로운 친구도 한 명 생겼어!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몰라!
선생님과 인사하고 달려와 활짝 웃는 아이의 손을 잡으니 아이가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내가 학교를 오가며 걸었던 시골길이 겹쳐 보이며 그때의 나도 생각이 난다. 몇 없는 어린 시절의 기억 중 혼자 먼 길을 걸어서 집에 가던 일이 뚜렷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내 아이에겐 그런 무섭고 외로운 날이 없으면 좋겠다. 아이는 하루 4~50분씩 걸어서 통학한다고 친정 엄마한테 말했더니 애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냐고 걱정을 하신다. 나는 1학년부터 5학년 1학기까지 왕복 두 시간을 엄마아빠도 없이 걸어 다녔는데 우리 엄마는 다 잊어버리셨다.
점심시간이 20분뿐이라 혹시 그만 먹으라고 해도 놀라지 말라고 미리 알려줬는데, 마지막 토마토를 입에 넣었을 때 식사시간이 끝났다고 한다. 체육시간에 너무 더워서 다음엔 반바지를 입고 가고 싶다고 하고, Me Bag은 다음 주에 본인이 발표하기로 했단다. 걱정은 내 몫이었을 뿐 아이는 순조롭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온 것 같다. 엊그제 낳은 거 같은데 나 벌써 학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