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글루스
간만에 이글루스에 들어가 봤다. 어제 서비스 종료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많이 버텼다 싶으면서도, 한때는 열렬히 사용하던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헛헛한 마음이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잘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은연중엔 이 사이트가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랐나 보다. 이것은 내 기록과 추억일 뿐인데.
프리챌이나 싸이월드가 사라질 때완 다른 느낌이다. 그들도 열심히 사용하긴 했지만 당시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소통 위주로 사용해서인지 서비스 종료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종료 즈음엔 예전의 사람들과는 대부분 관계도 종료됐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에 흥미를 잃을 무렵 이글루스를 만나 내가 읽은 책, 다녀온 여행, 새로 배우는 것들에 대해 사백 여개의 글을 썼다. 누군가와 특별히 소통하지 않아도 기록을 남기는 게 그냥 좋았다. 미국 이주와 함께 내가 사용하는 플랫폼은 티스토리로, 브런치로 바뀌었다. 이글루스에 대한 내 관심도 식어 휴면계정으로 변경된다는 메일을 받을 때만 들어가 보곤 했다. 나한테만 이렇게 잊혔을 리 없으니 서비스 종료는 당연한 수순이겠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이글루스가 쇠락해가고 있음을 알았다. 서비스가 업데이트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부하직원이 진급하면서 파트장 보직을 박탈당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부장님처럼. 별 다른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부장님은 그렇게 자리를 지키다가 정년이 되어 은퇴를 하셨다. 이글루스도 올해 정년을 맞았다. 그뿐이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며 미국생활을 하는 나를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곤 한다. 그게 나에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브런치도 언젠간 은퇴를 하게 되겠지. 요즘은 정년시점이 점점 늦춰지는 추세니까 브런치도 그런 시류를 타면 좋겠다. 오래오래, 내가 한국 귀국해 적응하는 이야기, 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이야기, 남편 및 친구들과의 노년생활 등을 여기에 쓸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