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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Sep 26. 2024

미국에서 주택 팔려다 월세 놓기

안녕 우리 집

이삿짐 보내기 일주일 전에도 집을 팔 거라 철석같이 믿고 백야드에 몇 년을 키운(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루베리 나무들을 다 뽑고 집 주변을 완벽히 청소했다. 하지만 짐 빼기 며칠 전 월세를 놓기로 전격 결정하면서 우리의 계획도 급하게 노선을 변경하게 됐다.


타임라인

4월 19일 : 리얼터 상담
5월 7일 : 한국행 본격 결정
5월 8일 : 리얼터와 리스팅 계약
5월 9~17일 : 1차 집수리
5월 13일 : 귀국이사 방문견적
5월 21일 : 인스펙션
5월 23~31일 : 2차 집수리
6월 8일 : 집 외부 파워 워시 및 백야드 정리
6월 15일 : 이삿짐 나감 & 렌트 리스팅
6월 16~23일 : 입주 신청서 검토
6월 24일 : 렌트 계약
7월 2일 : 렌트 시작


집을 팔아볼까?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집을 어떻게 할지가 계속 고민이었다. 22년 봄부터 꺾인 주택 가격이 여전히 횡보를 하고 있었고, 모기지 이율이 아직도 6~7%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거래가 드물었다. 집을 가진 사람도 모기지 이율 때문에 더 넓은 집이나 더 학군 좋은 집으로 이동할 수 없고, 집을 사고 싶은 사람도 같은 이유로 멈춘 상태. 우리 집도 구매 당시에 비하면 많이 올랐지만 최고점과 비교했을 땐 또 많이 떨어진 상태라 결정이 쉽지 않았다. 미국도 주택 양도세가 있는데 1년 이상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장기양도소득(Long-term capital gain)에 해당하지만, 파는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중 2년 이상 거주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소득구간에 따라 15%(50만 달러 양도소득이 발생한다면 75,000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올라갈 거라 예상은 되지만 누구도 알 수 없고, 우리의 앞날도 계획은 있지만 그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처분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Capital gain tax & Exclusion - https://www.irs.gov/
Exclusion - https://www.irs.gov/taxtopics/tc701


친구에게 한국인 리얼터를 소개받아 4월에 먼저 미팅을 했다. 현재 시장 상황이 2월 말부터 좋아지고 있어서 상승세가 시작되었고 매물이 나오면 오퍼가 10개 이상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오퍼 1개당 1만 달러씩 가격 상승효과가 있으니 리스팅 가격에서 꽤나 많이 올라간다는 말이 되겠다. 9월 학기 시작에 맞추려면 보통 5~6월에 리스팅하고 7월에 계약하고 7월 말에 클로징하는 게 일반적이라 하여 리스팅 날짜의 마지노선이 있음을 확인했고, 혹시 몰라 렌트를 리얼터에게 맡기는 경우에 대해서도 상담을 받았다.


5월 초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상담했던 리얼터와 리스팅 계약서를 바로 썼다. 리얼터가 집 상태를 확인하더니 거실과 주방 샹들리에를 최근 유행하는 걸로 교체하고 청소만 해서 쇼잉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추천받은 조명들을 사놓고 나중에 이삿짐을 빼고 전체 청소를 하고 나서 교체하기로 했다.


-조명 구매 $385


그렇다면 집을 고치시오!


리얼터에게 핸디맨 연락처를 받아서 지붕 이끼를 제거하고 집 안의 자잘한 문제를 손보았다. 7년 동안 방치한 지붕에 낀 이끼가 꽤 많았는지 일하시는 분이 7시간을 올라가 계셔서 팁을 무겁게 챙겨드렸고, 골칫거리였던 샤워부스의 고장 난 문과 구멍 난 방 문을 고쳐주신 날은 후련해서 팁을 두텁게 넣어드렸다. 몇 달 전부터 쿡탑에서 불 붙이는 소리가 계속 나는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 집 쿡탑(Dacor)은 또 특이하게 생겨서 핸디맨이 상판을 들어 메인보드를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새로 교체할까 싶어 5~600달러 사이의 제품들을 둘러봤는데 이건 또 가스전문가가 설치해야 해서 홈디포나 베스트바이에서도 설치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다. 게다가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니 Dacor 쿡탑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때 컷아웃 크기가 미묘하게 작아 카운터탑 대리석을 깎아내는 공사도 했단다. 교체도 큰 공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Dacor에 연락했더니 A/S 기사가 와서 확인하고 말하기를, 이 상태는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하는데 해당 제품은 10년이 넘어 부품이 단종된 상태라 수배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며칠 뒤 연락해 보니 해당 부품을 갖고 있는 수리팀이 있고 비용은 $1000 정도 예상된다고 했다. 하하하하하 천 달러를 무슨 십만 원 부르듯이 부르네. 현금으로 일부 깎아서 수리팀을 불렀고 어렵게 상판을 분리(5개 화구에 불을 한참 지르니 떨어짐)하고 안에 부품들을 쓸고 닦고 씻고 하더니 수리가 됐다.


- 핸디맨 $370, 이끼 제거 $410

- 쿡탑 수리 $800


셀프 백야드 정리 - 농약도 치고 풀도 뽑는 미국 생활


이 집이 팔아도 될 상인가?


눈에 보이는 흠들을 수리하고 드디어 인스펙션을 받았다. 1시간 넘게 집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켜보고 지하와 다락까지 확인했는데 결과지를 보고 흠칫 놀랐다. 외부 나무벽에 실금이 간 것, 히터 틀고 충분히 뜨거운 바람이 안 나오는 것(온도계로 측정함), 변기 흔들리는 것, 다락에 벌집 흔적이 있는 것, 나무가 집에 가까이 자란 것 등등 아주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리얼터가 수리하는 게 좋겠다고 한 몇 가지를 수리하기 위해 다시 핸디맨과 furnace 전문가를 불렀다.

인스펙션 결과 일부 발췌


실리콘을 둘러야 하는 것들은 핸디맨을 불러서 했는데 다음 날 대부분 실리콘이 떨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이러다 핸디맨 되지)하여 남편이 다시 작업했다. 다락에 있는 벌집 흔적은 전문가를 불러서 하라길래 업체를 찾아서 요청했더니 살아있는 벌이 드나드는 게 아니라면 굳이 이 비싼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답을 받았다. 그래서 남편이 긴 막대를 들고 다락에 올라가 말라 비틀어진 벌집을 뜯어내고 깨끗한 다락 사진을 찍어뒀다. 인스펙션에서 보일러 효율이 떨어지니 점검을 받으라는 항목이 있어서 리얼터에게 소개받은 HVAC 전문가(한인 업체)를 불렀는데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당장 보일러를 교체해야 하고 파이프 선도 다른 형태로 바꿔야 한다며 돈을 꽤 많이 불렀다. 앞서 핸디맨에게 실망한 전적이 있던 우리는 지인에게 업체 하나를 소개받고 홈디포에도 견적을 요청해서 셋 중 가장 저렴한 홈디포에서 교체했다. 홈디포에서는 부품을 교체해도 되는데 보일러가 오래돼서 보일러 자체를 교체하면 더 좋을 것 같고 파이프선은 좋은 거라 전혀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교체 작업도 이틀 뒤에 바로 해 줘서(미국 치고 초 스피드)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좋았다. 집 외벽 파워워시와 백야드 정리는 리얼터에게 소개받은 멕시코 업체가 진행했고 만족스럽게 마무리됐다.


-인스펙션 $480, 핸디맨 $350, 외벽 청소 $800

- Furnace 점검 $215, Furnace 교체 $6,618


깨끗해진 우리집



안 되겠다 세입자를 구하자!


6월 초 Zillow와 Redfin에 들어가서 우리 동네 매매 물건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살펴봤다. 4월에 봤을 때는 비슷한 크기의 싱글하우스가 아예 없었는데 두 개가 오픈하우스를 하고 있었다. 리스팅 가격을 보니 리얼터 말처럼 경쟁 오퍼가 붙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가격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며칠 뒤 다시 보니 오픈하우스는 계속 진행 중이고 한 매물은 가격이 내려가 있었다. 좋은 신호는 아닌 것 같아 리얼터에게 연락했더니 그제야 요즘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으며 거래가 별로 없다고 했다. 리얼터는 집을 팔아야 수입이 발생할 테니 그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게 당연하겠으나 좀 씁쓸하였다. 그러다 리얼터가 계획하고 있는 우리 집의 리스팅 가격을 들으니 내 고민도 싹 접혔다. 우리 집은 렌트를 주고 가야겠구나.


집 비우기 3일 전 집을 렌트 주고 가겠다고 리얼터에게 통보했다. 그랬더니 매매일 땐 가져가겠다던 큰 가구들을 가져갈 수 없겠다 하여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 리얼터가 연결해 준 사람에게 7월 1일 일괄양도하기로 했다. 매매 예정일 땐 집 전체를 청소하고 꾸민 뒤 오픈하우스를 해야 해서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했다 밤에만 들어올 계획이었는데 6월 말 출국할 때까지 편하게 지내도 될 테니 잘됐다 싶었다. 이삿짐이 나간 뒤 리얼터가 와서 빈집 사진을 찍어 갔고 그날 밤 렌트 사이트에 우리 집이 올라갔다. 사전에 논의한 조건에 따라 리얼터가 스크리닝을 했고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자세한 입주지원서(?)를 받았다.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직업 및 수입, 은행 잔고부터 신용점수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었고 이 집을 얼마나 성실하게 사용하고 돈을 낼 사람인지에 대한 자기소개서도 첨부되어 있었다. 우리가 보기엔 너무 개인적인 내용들까지 적혀있어서 재정적인 부분만 확인한 뒤 세입자를 결정했다. 6월 마지막주에 계약서를 쓰고 3개월치 렌트비(Deposit+첫달렌트비+막달렌트비)를 먼저 받았고 7월 1일에 남은 가구가 모두 나간 뒤 리얼터가 고용한 업체가 전체 청소를 하고 다음날 세입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리얼터에겐 1년 관리비용으로 한 달치 렌트비를 지불했다.


- 집 청소비 $370

- 한 달치 렌트비 0000


한국에서 미국 집 월세 놓기란


전기는 7월 1일까지 사용한다고 업체에 이메일과 전화로 알렸고 7월 말에 마지막 비용이 빠져나갔다, 수도도 이사콰시에 사용종료를 알렸고 6월분까지 선결제가 된 상태라 그대로 종료됐다. 쓰레기 수거도 분기별 비용결제라 6월까지 지불이 끝난 관계로 사용종료만 통지했다. 종료 날짜가 딱 좋아 번거로움이 줄었다. 인터넷은 이 동네 커뮤니티에서 소유자 명의로만 공급한다며 명의변경을 허용하지 않아 우리가 계속 결제하고 세입자에게 받기로 했다.


세입자가 들어오고 초반엔 이런저런 잡음이 있었다. 리얼터가 관리하라고 큰 비용을 지불하고 왔지만 우리가 아주 신경을 끌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쓰레기수거업체에서 쓰레기통을 제때 수거해가지 않았다고 알아봐 달라고 해서 우리가 이메일로 연락해서 해결하긴 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7월부터 사용하는 세입자가 직접 업체에 연락하거나 리얼터가 했어야 할 일이었다. 세입자가 세탁기의 aqua pebble을 찾는다고 리얼터한테 연락이 와서 무슨 소린가 찾아보니 세제투입구에 대한 거여서 해당 내용을 찾아 포워딩해주기도 했다. 렌트 개시 3주 정도 지났을 무렵 냉장고가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7년도 안 된 비싼 LG 냉장고인데 벌써 그리고 하필 고장이 났을까. 우리가 살고 있었다면 이것저것 해봤겠지만 여름에 세입자 불편할 걸 고려해 바로 교체해 주겠다고 했다. 가장 빨리 배달되는 모델을 고르느라 비싸게($1670) 주문했는데 세입자가 정확한 설치일정 잡는 연락을 안 받아 배달이 취소됐다는 연락이 왔다. 리얼터에게 물으니 세입자가 휴가를 갔다며 본인이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해서 업체 연락처를 넘겼다. 일주일쯤 뒤 일요일 새벽 두 시에 리얼터가 베스트바이에서 설치와 기존냉장고 제거에 대한 신청이 안 되어 있다며 냉장고를 그냥 놓고만 갔다며 왜 그걸 신청 안 했냐고 카톡을 보냈다. 오늘 중으로 설치해 달라고 베스트바이에 연락해 달라며. 그걸 신청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 것도 우리에게 전화하라는 것도 좀 어이가 없어서, 둘 다 신청했고 전에 포워딩한 주문서에도 나와 있으니 직접 전화해서 스케줄을 잡으시라 했다. 그런 거 대신 해 달라고 한 달치 렌트비를 넘겨줬는데 자꾸 우리한테 뭘 하래.. 그 뒤로도 세탁기에서 물이 넘친다고 연락이 와서 또 바꿔달라는 건가 싶어 열심히 구글링을 했다. 배수구망을 비우고 세탁물을 꽉 채워서 돌리지 말라고 알려주었고 지금까지 아무 얘기 없는 거 보니 다시 잘 돌아가고 있나 보다. 이런 연락들은 시차 때문에 늘 새벽에 왔고 나는 답장을 하고 해결책을 찾고 신경을 쓰느라 잠을 잘 못 잤다. 에이전트를 껴서 이 정도에 그치는 걸 거라 위안하며, 잠이 안 오는 건 열대야 때문일 거라 나를 다독였다. 


렌트비를 쪼개어 보내며 원래 내야 하는 날짜를 넘긴다거나 인터넷비를 안 보낸 일도 있어서 한 번은 참고 두 번째엔 리얼터를 통해 신경 써달라고 알렸다. 9월부턴 렌트비도 한꺼번에 잘 들어오고 새벽에 연락 오는 일도 없으니 지난 시간의 번거로움들도 희미해지고 비로소 평온해졌다. 집을 파는 결정을 내리면 또 한 번 신경쓰임폭풍이 불겠지만 그건 그때의 나에게 맡기겠다. 파이팅!






* 조명 둘러본 사이트 : litfad, wayfair

* 미국에서 주택구매 절차가 궁금하다면 여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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