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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Apr 13. 2022

다음 달에 결혼하게 되었어요

축하합니다!

밤늦은 시간에 "OOO님 안녕하세요" 카톡이 울렸다. 친구 목록에는 없는데 이름은 아는 사람이라서 고민하다가 누구시냐고 답을 보냈다. 내가 아는 입사 동기가 맞았고, 서로 근황 토크를 십여 분 하다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모바일 청첩장을 건네받았다. 평소 연락하지 않는 사람의 결혼식 초대를 받은 경우가 없어서 살짝 당황스러웠으나 일단 축하를 전했다. 그분도 내게 연락하기까지 고민을 좀 하셨을 텐데 내가 먼저 결혼하시나요 하고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모자란 센스 같으니라고.



모바일 청첩장을 열어보니 웨딩사진들과 초대글 아래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내가 모바일 청첩장을 받던 시절과 달리 요즘은 이런 형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연락 끊긴 지 십오 년은 된 것 같은데 청첩장을 건넨 걸 보면 (나는 기억 못 하고 있으나) 아마도 동기는 내 결혼식에 참석한 모양이다. 축의금을 보내려다 요즘 회사원 축의금 액수를 주변에 물었더니, 불참하면 오만 원/참석하면 십만 원이란다. 내 기억 속 회사 동료 축의금은 삼만 원이었는데 이것도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었나 보다. 아니 사실은, 내가 회사원으로 살던 시절이 너무 까마득한 탓이다.


회사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대부분은 상부상조(?) 했는데 퇴사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  내가 가지 못한 결혼식이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떠올리면 어쩐지 다수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다가, 수많은 돌잔치에 냈던 축의금을 나는 받은 적이 없으니 여기서 부채감을 좀 줄일까 생각하기도 한. 상대방은 다르지만 나 혼자 상계처리 ^^;


결혼하면 참 좋다. 꽤 오랫동안 누가 결혼에 대해 물으면 같은 답을 했다. 비혼인 친구가 지레 외로울 거라 생각하고 누군가를 소개해주고픈 욕망이 들끓던 날들이었다. 미국에 와서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마냥 행복으로만 가득 찬 동화가 아님을 깨닫고 있지만, 여전히 즐거운 일도 많으니 결혼하면  좋다 정도로 마무리할까..요?


오빠,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랄게요. 축하합니다.



표지 : Photo by Arshad Poolo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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