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걸려야 끝나는 게임입니까
아이는 약간의 마른기침을 하고, 남편은 아직 가래가 조금씩 있고, 나는 아주 멀쩡하다. 우리 집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녀간 지 2주가 지났다.
땡스기빙 연휴가 끝나는 날 저녁에 약간의 미열이 났다. 원래도 체온이 좀 높은 편이고 37.5도는 자주 왔다 갔다 하는지라 그냥 잤는데 새벽에 잠이 깼는데도 몸이 상당히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잠결이라 그런가 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알람이 울려 일어났는데 다리에 힘이 없고 핑그르르 도는 느낌이 났다. 열을 쟀더니 39.7이라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해놓고 해열제를 먹고 마스크를 꼈다. 아이 도시락을 싸다가 시간이 되어 진단키트를 보니 테스트선이 희미하게 나타나 있었다. 왔구나.
남편과 아이는 음성이어서 나만 2층 방으로 올라가 격리를 시작했다. 전날까지 부대끼며 살았는데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나로만 끝나길 바라며 남편도 마스크를 꼈다. 타이레놀로는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아서 Aleve를 먹었더니 오후엔 38도까지 내려가고 몸이 한결 괜찮았다. 집에 있는 약이라고는 Tylenol, Aleve, Nyquil, Mucinex, 은교산 몇 개뿐이라 남편한테 이부프로펜과 아이 해열제를 미리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마트에도 해열제와 감기약들이 품절이라 월그린에서 이부프로펜과 어린이용 애드빌만 겨우 구했다. 아이 학교에 애들이 그렇게 많이 결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화요일에도 아이는 음성이고 아무 증상이 없어서 등교했는데, 그날 오전 남편이 두통이 있다더니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 떴다. 그럼 그렇지. 남편은 열은 별로 없는데 목이 아프다고 해서 타이레놀과 은교산을 먹으며 낫기를 기다렸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학부모 상담이라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눈이 많이 와서 휴교하는 바람에 우리도 상담을 가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었다. 나는 계속 열이 39도를 오르락내리락하다 금요일이 되자 열은 완전히 잡히고 마른기침만 남았다. 남편은 기침이 점점 심해져서 피 섞인 가래를 뱉기에 이르렀다. 아이는 희한하게도 계속 멀쩡했다. 엄마와 안지도 못하고 대부분 혼자 놀아야 해서 심심해했을 뿐이다. 마스크가 힘을 발휘하고 있나 했는데 금요일에 일어났더니 콧물을 흘려서 진단키트 음성임에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마저도 양성이 떴다.
아이 학교에 코비드 양성 사실을 알렸더니 다음 주 수요일까지 등교할 수 없고, 열이 없으면 마스크를 쓴 상태로 목요일부터 등교가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아이는 열도 없고 콧물과 기침 증상만 있어서 가습에만 신경 써주며 며칠을 보냈다.
3년 가까이 운 좋게 피해 다녔는데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르게 걸리고 말았다. 날이 쌀쌀해진 뒤부턴 마스크도 잘 쓰고 다녔고, 개인적으로 밀접 접촉한 경우는 화요일에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한 것뿐인데 그때 바이러스를 얻은 걸까. 어찌 됐든 아이가 별로 아프지 않고 지나가서 너무 다행이고, 남편은 꽤 심하게 앓은 거 같지만 나는 몇 년 전 걸렸던 A형 독감보다는 덜 아팠다. 일주일 만에 음성도 떴고 멀쩡하다 생각했는데 목요일에 아이를 데리러 20분 남짓 언덕길을 걸었을 때 평소보다 훨씬 숨참을 느꼈다. 체력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가 보다.
그런데 걸리고 나니 왜 이리 후련할까요?
저만 이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