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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Jan 11. 2018

현상이 모이면 하나의 맥락이 된다

책 <피로사회>와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 비교 서평

피로사회

벌써 6년 전인 2012년, 한병철 교수가 쓴 책, <피로사회>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자기 착취"를 반복하는 현대사회의 성과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사회적 우울증을 대변하는 듯한 바이올렛 색 책 표지가 기억에 남는다.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남긴다.

성과사회의 압력은
끝없는 성공을 향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통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
- <피로사회> p.128


이 책의 영향일까. 요즘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현재에서의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피로사회를 극복하고 있는 것일까.


절연사회

최근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가 쓴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란 책이다. 역사적으로 변천해 온 주거공간과 주거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추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단지 중심의 도시 개발과 오로지 '내 집'이라는 사적 공간만을 강조하는 풍토가 '공간적 절연'을 낳았다고 석한다. 동시에 이러한 '공간적 절연'이 공적인 영역에 무심한 '사회적 절연'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공간 해석을 통한 저자의 사회학적 통찰은 꽤 설득력이 있다. 오늘도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며 '단지 내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을 본다. 분양세대와 임대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는 "임대세대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을 막는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기도 한다.


사회적 절연은 단지 주거 공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더 큰 덩어리 속에서도 발견된다. 1987년 민주화와 함께 '노동자 대투쟁'으로 권리를 회복한 노동자들은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로 나뉘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절연'을 선언한다.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시사인 제539호, 시사 에세이).

이제 대기업 노조는 자신의 임금 인상만 추구하며
자본과 담합하는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 간의 절연을 극복하고자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체 노동자의 90%에 달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킬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고자 '노동회의소'를 구상 중이다. 소속 노동자들만 대표하는 노동조합과는 달리 노동회의소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회원이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노동회의소' 아이디어에 대해 서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상이 모이면 하나의 맥락이 된다

피로사회와 절연사회.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반복되는 사회적 운율이 감지된다. 원자화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소외'라는 하나의 사회적 맥락이 형성되고 있는 소리다. <피로사회>의 한병철 교수의 말이다.

사회가 원자화되고 사회성이 마모되어감에 따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존해야 할 것은 오직 자아의 몸밖에 없다
- <피로사회>, p.113


이에 답하듯,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의 저자, 박철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질시와 배제가 만연한 공간환경이며 도시를 만나기도 했다
-<박철수의 거주 박물지>, p.369  

그렇다. 현상이 모이면 하나의 맥락이 된다. 그리고  그 맥락은 - 한 교수의 말처럼 -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을 통해서만 물리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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