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게와 네이버 리뷰수의 '논리적' 상관관계
2024년 9월 13일은 와인바의 공식 창업일(사업자등록일)이고, 동년 10월 12일은 실제로 가게 영업을 처음 개시한 날이다. (이날 처음 '결제'라는 걸 하고 영수증을 손님에게 건넨 날이다. 영수증엔 가게 사장인 나의 이름 석자, '대표자 000'이 찍혀 나온다. 드디어 나도 사장!이라는 흥분과 나도 이제 자영업자라는 힘든 길을 걷게 되었다는 긴장감. 그 순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아직 기억한다.
지금은 2025년 10월 말이니 와인바를 창업한 지 (벌써?) 1년이 넘은 셈. 대단한 성공을 기대했으나 대단한 성공이 예상되진 않았다. 그래도 손해는 보지 말자 굳게 결심했지만 현재 스코어는 그런 기대와 예상, 결심을 훨씬 밑돈다.
무엇보다 가게를 홍보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예전에는 전단지를 돌려본 경험도 없고, 인스타그램은 계정 자체가 없었다. 맛집에 가도 네이버 리뷰는 써본 적이 거의 없다. 귀찮아서 쓰지 않을 때도 있었고, 먹어보니 맛집도 아닌데 서비스로 주는 캔음료수 하나에 허위의 극찬을 늘어놓기도 싫었다.
상황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작년 연말에는 근처 아파트 60여 개 동을 돌며 전단지를 돌렸다. 가게 홍보용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다만, 방문 손님에게 네이버 리뷰를 요청하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무료 음료수 한 캔 주면서 손님들에게 괜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솔직하지 못한 의견을 요구하는 것 같아서다.
물론 내 가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손님이 가게에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갈까, 그건 또 다른 얘기다. 그래서일까, 내 가게에 대한 네이버 리뷰수가 터무니없이 적다. 사람들의 자발적 리뷰를 기대한다는 건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을까.
네이버 검색창에 '영등포 와인바'를 쳐보면 내 가게는 검색 최상단은커녕 그다음 페이지, 그다음에도 나오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검색 경쟁에서 밀려난 걸까. 얼마 전까지는 검색 최상단은 아니더라도 상위 페이지에 출현했던 내 가게의 이름이 검색 페이지를 한참 넘겨야 겨우 나타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방문하는 손님이 점차 늘고 있고, 오며 가며 간판을 보고 오시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네이버를 검색하고 방문하는 손님은 왠지 줄고 있다는 걱정도 밀려온다.
좋은 가게와 네이버 리뷰수의 '논리적' 상관관계
고민하던 차에 내가 이제껏 들렀던 제법 괜찮은 카페며 와인바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이들에 대한 네이버 정보를 살펴보았다. 리뷰글과 블로그 소개글도 찬찬히 읽어본다. 꽤 많은 리뷰수와 감성 뿜뿜 사진들이 넘쳐났다.
나는 사실 '네이버리뷰'와 같은 소비자평을 그리 신뢰하는 편이 아니다. 호평일색의 리뷰가 수두룩한 곳을 막상 방문해 보면 별로이거나 오히려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고 나오는 곳도 많았다. 행간에 들리는 소문에는 "전문 광고업체가 네이버 아이디 수천 개를 만들어놓고 리뷰를 찍어내고, 가게들은 이런 광고업체의 '리뷰 작성' 서비스를 돈을 주고 산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건 너무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뷰를 남기는 이유는 이른바 '리뷰 이벤트' - 리뷰를 남기면 가게에서 서비스 메뉴나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 -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공짜 음료수에 눈이 멀어 네이버리뷰를 남긴 적이 몇 번 있다.
여하튼 나는 네이버리뷰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뭐랄까, '진정성'이 좀 부족하달까. 그래서 다른 가게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좀 더 고찰해 본다. 좋은 가게와 네이버리뷰수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좋은' 가게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일단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리뷰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가게는 아니다. 경험상 그렇다. 하지만 좋은 가게는 리뷰수가 많다. 이것도 경험상 그렇다. 예컨대 얼마 전 2,000억 원에 매각되었다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 브랜드의 안국지점에 달린 방문자 리뷰는 8,800여 개, 블로그 리뷰는 12,700여 개다. 매장의 콘셉트와 규모를 내 가게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긴 하다만, 8,000개가 넘는 리뷰수는 충격적이다.
좀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좋은 가게는 리뷰수가 많다"라는 명제가 참(truth)이라면, 이것의 대우명제(contraposition) 역시 언제나 참이다. 즉, "리뷰수가 많지 않으면 좋은 가게라 할 수 없다"라는 명제도 언제나 참이다.
개업한 지 1년이 되었는데 내 가게에 달린 네이버 리뷰수는 100개가 되지 않는다. 주요 고객층이 네이버 리뷰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층 동네 주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그렇다면 내 가게는 '좋은 가게라 할 수 없다'는 건 - 인정하긴 싫지만 - 논리적으로 참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두 가지 개선방향이 떠오른다. 첫째는 진짜 더 '좋은 가게'가 되어야 한다는 점, 그래서 사람들이 '흔쾌히' 리뷰를 달아주는 가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손님들이 리뷰를 달아주고 가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첫째에 대하여: 내 가게는 진짜로 좋은 가게인가?
내 가게는 좋은 가게 - 그 '좋음'의 기준이 어떤 것이든 - 일까? 일면 그렇다고 자부한다. '감성과 지성이 공존하는 와인바'라는 나름의 콘셉트를 확립하기 위해 인테리어와 소품 배치에 신경 쓰고 있다. 총 18개 칸의 책장에 400권 남짓의 책을 비치해 놓았다. 매달 10권 정도의 양서를 선정해 책장에 새로 배치하고 있다.
제법 값비싼 스케치 페이퍼와 펜도 제공한다. 손님들이 방문해 책도 읽고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릴 수 있도록 테이블 수를 줄이고 각 테이블의 크기를 늘렸다. 좁디좁은 원형 테이블을 놓지 않고, 스퀘어 테이블을 놓았다. 카페나 와인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퀘어 테이블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 60cm인데, 내 가게 테이블의 크기는 70cm로 맞춤제작했다.
방문한 손님들의 재방문율도 매우 높아 100%에 달한다. 내 가게를 경험한 손님들은 그래도 좋은 말도 한마디씩 남긴다. "연남동 카페거리 뺨치는 분위기"를 칭찬해 주는 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그렇다면 내 가게는 정말로 '좋은' 가게인가? 일면 그렇지 않은, 아직 부족한 면도 있다. 일단 와인과 안주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새로운 와인들을 틈틈이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한참 모자라다. 안주 가짓수도 많이 부족하다. 요즘은 2차, 3차 술자리까지 갖는 경우가 드물어 1차에 식사와 술을 곁들이는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손님들에게 요깃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배를 채울 만한 안주가 별로 없다. 그냥 1차 술집이 아닌 2차 술집 콘셉트로 가자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 방향이 옳은 것인지, 그렇다면 내 가게는 2차 술집으로 어떤 특색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뾰족한 킬링 포인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분위기 좋은 와인바는 수두룩, 천지 빼깔이다.
둘째에 대하여: 리뷰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뷰수 증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계산하는 손님들에게 '영수증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아뇨,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데, 그분들에게 굳이 영수증을 쥐어주며 '리뷰 좀 써주세요'라고 말할만한 뻔뻔함 - 아니 적극성- 이 부족했다.
리뷰 써주는 손님에게 공짜 음료수 등을 주는 '리뷰이벤트'도 하지 않는다. 리뷰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손님 입장이 된) 내 경우를 생각해 봐도 그렇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다가 '리뷰 쓰면 군만두 4개 공짜'라는 리뷰이벤트에 혹해 쓰기 귀찮은 리뷰를 애써 등록한 적도 있다. 짜장면 맛도 그저 그랬는데 '맛없다'라고 써주기도 미안하고 해서 맛을 과대평가해 준 적도 있다. 광고업체를 통해 리뷰 구매를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까지는) 더더욱 없고 앞으로도 그런 편법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놈의 '진정성'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제껏 간과했던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리뷰의 진정성도 중요하지만 리뷰 '요청'의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 영수증을 사양하는 손님들에게도 한번 정도는 '괜찮으면 영수증리뷰 부탁드려요'라고 말한다.(정말 고마운 건, 가게 문을 나오며, 또는 방문 후 며칠이 지나서라도 성의껏 리뷰를 써주시는 손님들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부탁에는 진정성이 부족하다. "시간 되시면, 괜찮으면 영수증리뷰 부탁드려요" 정도의 미지근한 요청이 아니라 좀 더 절실하게 요청해야 한다. 최소한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즐거운 시간 보내셨다면 리뷰 좀 꼭 달아주세요. 제 가게 리뷰가 너무 없어서 걱정입니다. 꼭 부탁드려요"라며 너스레라도 떨어야 한다.
사람들은 절실함에 공감한다. "우는 아기 젖 준다"라는 말도 배고픈 아기의 절실함이 전달이 되어야 젖을 준다는 얘기 아닐까. 가게 주인이 자기 가게를 잘 살려보겠다는 '절실함'도 없으면 되겠는가. "괜찮으면 리뷰 부탁드립니다"(아님 말고...)라는 말보다는 "리뷰 꼭 써주세요. 리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그러니 꼭 써주세요)라는 말이 더 낫다(be better). 아니, 그 절실한 말이 더 옳다(be right). 부탁하려면 절실하게, 그게 부탁의 '진정성' 아닐까.
리뷰를 언제 요청하느냐도 중요하다. 손님들이 계산하고 가게를 나갈 때가 아니라 가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리뷰를 부탁하는 건 어떨까. 리뷰를 달아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손님 입장에서도 그게 더 낫다. 현장에서 바로 리뷰를 달면서 내 가게를 한번 더 둘러볼 수도 있고, 리뷰내용이 친구와의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술 다 마시고 가게를 나가는데 시간 내어 리뷰를 써야 한다면, 그것 또한 본의 아니게 손님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리뷰를 달아주는데 무료 음료나 안주 정도 대접하는 것도 도리 아닐까.
종합: 가게를 살리려면 위 두 가지를 모두 다 해야 한다.
'리뷰수가 적은 가게는 좋은 가게가 아니다'라는 명제가 참이기에, 나는 이제부터 좋은 가게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짜 좋은 가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동시에, 리뷰수를 더 늘리기 위해 더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는 기본, 적극적 홍보는 필수. 그래, 좀 더 파이팅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