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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Sep 04. 2018

되다

-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생각

글쓰기의 시대

글쓰기의 시대다. 별 돈 들이지 않고 자기표현의 욕구를 풀 수 있는 몇 안되는 심신 운동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좌가 열풍이고 글쓰기에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브런치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남의 말 듣는 것보다 자기 말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책 읽지 않는 나라에서 글쓰기 열풍이 분다. 글쓰기 방법을 논하는 거의 모든 강의와 책들은 '글 잘 쓰기'를 가르친다. 갖가지 노하우와 원칙을 설파한다. 알고 보면 다 알고 있는 방법인데 역시 실천이 어렵다.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쓰기는 하는 나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대부분의 프로페셔널 글장이들이 강조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수동적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혹자는 국어를 오염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수동태라 불리는 영어식 수동 표현이라 말한다. 특히 수동적 서술어를 남발하면 글의 탄력이 떨어진다. 힘차게 치고 나가는 맛이 없다.


되다

수동적 서술어를 쓰는 가장 흔하고 단순한 예는 '되다, 되었다, 하게 된다' 따위의 표현이다. "정의는 우리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보자. 영어에서 수동태는 어떤 행위를 당하는 주체를 주어로 강조하려 할 때 쓰는 문법적 기교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My dog is killed by somebody."라는 수동태 예문을 기억하는가. 개가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쓰는 것이라 배웠다.


하지만 위의 예("정의는 우리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영어의 수동태 형식만을 답습했을 뿐 수동태의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는 문장이다. 그냥 "우리사회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라고 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정의'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우리사회가 실현해야 할 것은 바로 정의다" 문장이 더 효과적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되다'의 남용

좀 더 들어가보자. '되다, 하게 된다' 따위에 어떤 낱말을 붙이느냐에 따라 수동적 표현이 가져오는 '오류'도 달라진다. 앞에서 말한 "~실현되어야 한다"라는 서술어를 보자. '되다' 앞에 "실현"이란 낱말이 붙었다. '실현'은 적극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단어다. 해냈다, 성공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뒤에 '되다'를 붙이면 이러한 적극적 느낌을 상쇄시켜 이도저도 아닌 느낌을 준다. 실현했으면 실현한 것이지 실현되는 건 뭔가. "너의 꿈이 꼭 실현되기 바란다"는 말보다 "너의 꿈을 꼭 실현하기 바란다"는 격려가 더 화끈하다.


이번에는 또다른 성격의 오류다. "발생하게 되다"라는 표현을 보자. "발생한다"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쓴다. 학술적 논문에서도 적잖게 발견할 수 있다. "발생"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자연적으로 생겨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재가 발생했다"라고 말하지 "방화범이 화재를 발생했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느낌이 올 것이다. 그래서 '발생하다'라는 말은 목적어를 받지 않는다. 그냥 '주어 + 발생하다'. 영어로 말하자면 깔끔하게 1형식 문장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태생적 자연스러움을 지닌 단어에다가 '되다'라는 표현을 덧붙이면   의미가 겹쳐 거추장스럽다.


그래서...나는 '되다, 하게 되다'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글을 쓸 때 유념해서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다. 이 문장 속에서만큼은 '되다'라는 표현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해보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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