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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타이프 Jun 19. 2019

최선을 다한다는 것

당신의 '최선'은 몇 킬로그램?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며칠 전 2019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리틀 태극전사 금의환향”이라는 뉴스 제목이 아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SNS을 통해 “멋지게 놀고 온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다”고 격려했다.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 선수 인터뷰에서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며 “좋은 경험이자 추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소감을 밝혔다(6월 18일 자 국민일보)     


이강인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얼마만큼 노력해야 최선을 다한 것일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심취해 피트니스 센터(예전에는 헬스장이라 불렀다)에서 열심히 땀을 빼던 시절이 있었다. 보디빌더 출신 트레이너에게 개인 강습도 종종 받았다. 그중 하루는 트레이너와 함께 흉근(일명 갑빠를 구성하는 근육)을 집중해서 자극하는 고강도 고립운동을 하는 날이었다. 벤치프레스를 비롯해 각종 기구를 순회하며 역기를 들었다 놓았다 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트레이너가 나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한 번 더!”였다. 한 번 더 역기를 들었는데 트레이너는 또다시 “한 번 더!”를 외친다. 그럴 거면 애초에 ‘두 번 더!’라고 말하던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트레이너의 구령을 듣고 나면 도저히 못 들 것 같던 역기를 몇 번 더 들게 된다.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벨 밑에서 낑낑대는 나를 내려보며 트레이너가 다시 외친다. “제가 도와드릴 테니 한 번 더!” 이 말에 또 한 번 더 역기를 들어 올린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고된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은 녹초가 된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금방이라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될 것 같다. 한 세트 더하자는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오늘은 그만 합시다, 힘들어 죽겠어요.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트레이너가 짓궂은 제안을 하나 한다.

“마무리 운동으로 푸시업 한번 해 보실까요?”

한 시간 넘게 그렇게 고생을 시켜놓고 또 팔굽혀펴기를 하라고? 오기가 생겼다. 그래 한번 해보자. 뻐근하게 몰려오는 근육 통증을 참으며 팔굽혀펴기를 한서른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역기를 그렇게 들고도 또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다니, 나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이런 말을 건넨다.

“오늘 운동 한 시간 더 해야겠는데요.”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휘둥그레 뜨는 나에게 트레이너는 이런 조언을 남겼다.

“정말 집중해서 온 힘을 다 쏟고 나면 푸시업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어요. 그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근육 자체가 움직이질 않아요.”     


당신의 '최선'은 몇 킬로그램?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어디까지가 최선인지 모를 때가 많다. 중간쯤의 최선을 진짜 최선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 나의 최선에 누군가의 도움을 더한다면 더 큰 최선에 다다를 수도 있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지만 그게 또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어찌 보면 ‘최선’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 형상 일지 모른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피타고라스의 완벽한 직각삼각형처럼. 죽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지점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죽기 직전'이라는 시간의 짧은 한 점은 또 어떻게 포착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최선’의 지점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한 오늘 하루 쏟은 최선의 무게와 부피를 한 번쯤 계량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그래서 후회 없다는 정신적 포만감이 아닐까. 그런 정신적 포만감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직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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