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빛 감정선> - 8
가리봉동 공장단지
가산디지털단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거부올로지>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블루레이 초회한정반의 색은
푸른 먹구름이 잔뜩
언제나 디지털은 공장이 될 수밖에
언제나 먹구름은 풍장(⾵葬)의 재료일 수밖에
그럼에도
우리가 자연의 순환이
얼마나 위대한지 모르는 것은
분명 인간도 이 순환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생을 사는 게 너무나도 서툴렀다
안양1번가 회전교차로에서 빵빵대는 경적 소리는
소나기가 만든 웅덩이 위로 툭 내동댕이쳐지고 있었고
회전하는 수평선에서 물수제비를 떴어
그 소리는 마치 사과를 돌려깎듯
정확히 보름달의 껍질을 벗겼어
제비는 마치 스키드마크 같은 인생 곡선을
초월함수를 그렸고
그 누구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은 새하얀 눈밭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곡선을 타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갔어
귓가에 들려온 것은 빗소리와 잡음 섞인 무전
“우리 열차는 천안, 천안 가는 급행열차입니다 다음 정차역은 안양, 안양역입니다”
나는 개구리가 연잎을 뛰어넘듯
가산을 금천을 관악을
쏜 화살같이 질주했어
그리고 그 마지막
하루카와 나의 종착역에서
우리의 귓가에 들려온 마지막 무전은
“우리 열차는 천안, 천안 가는 급행열차입니다 다음 정차역은 4호선 열차로 갈아타실 수 있는 금정, 금정역입니다”
나와 하루카는 아직
그 다음 무전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하루카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었을까